[휴지통]‘오바마 봉사賞’ 준다기에 美 갔더니… 85센트 기념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변호사-학생 등 29명 피해… “백악관 문전에도 못가봐”
1억대 챙긴 사기단 적발

고등학교 1학년 박모 군(18)은 졸업 후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게 꿈이었다. 그러던 중 한 봉사단체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박모 씨(52)에게서 미국 대통령이 수여한다는 ‘버락 오바마 봉사상’에 대해 듣게 됐다.

박 군은 “이 상을 받으면 대학 입학은 물론이고 미 영주권 취득에 도움이 된다”는 박 씨의 말을 믿고 부모에게서 1500만 원이나 되는 수상식 참석 경비를 받아냈다. 박 군은 박 씨에게 이 돈을 건네고 2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같은 비행기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미국 영주권을 받으려는 변호사와 사업가 등 29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하지만 박 씨가 약속했던 백악관 방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상장도 오바마 대통령의 표창이 아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한 학생 부모의 신고를 받아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 확인 결과 이 상장은 인터넷에서 파는 85센트(약 1000원)짜리 기념품이었다. 결국 경찰은 이들로부터 참가 경비 명목으로 총 1억20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박 씨 등 7명을 8일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검거된 이후에도 피해자들은 범행 사실을 믿지 않으려 했다”며 “방학을 앞두고 ‘스펙’을 쌓으려는 학생을 대상으로 유사 범죄가 성행할 소지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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