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환희]평창 유치, 소리 없이 뛴 영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오원종 기획팀장 “국가대사” 부친 임종도 못지켜
하도봉 사무총장 ‘I have a dream’ 합창 아이디어

“어느 누구도 주인공이 아닌 사람이 없다.”

하도봉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위원회 사무총장(57)은 평창의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 “모두가 주역이다. 나는 빼고”라고 말했다. 겨울올림픽 유치에 환호하며 만세를 불렀던 ‘피겨 여왕’ 김연아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조양호 유치위원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숨은 주역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귀국 비행기에 오르지 않은 이도 있었다. 강원도청에서 파견된 오원종 유치위 전략기획팀장(53)은 선발대의 일원으로 미리 도착해 있던 남아공 현지에서 지난달 29일 아버지의 부음을 전해 들었다. 그는 집안의 유일한 상주다. 하지만 장례식 참석을 포기했다. “장례를 치른 몸으로 국가 대사에 임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불효 중의 불효이지만 부득이 더반에 있기로 한 선택과 상주가 없는 장례에 결례가 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는 글을 강원도청 직원 전용 게시판에 남겨 동료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나만 빼고 다 주역”이라고 한 하 사무총장이지만 그 역시 주역이다. 하 사무총장은 평창이 경쟁 도시 중 가장 앞선다는 외신 보도가 나올 때마다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다잡은 유치위의 ‘호랑이 선생님’이다.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실사단이 강릉빙상경기장을 찾았을 때 2018명의 도민 합창단이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을 부르게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그는 실사단장이 스웨덴인이란 것에 착안해 스웨덴의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의 노래를 선곡했다.

12년을 기다린 끝에 결실을 본 이도 있다. 유치위 김만기 미디어부장(51)은 고단했던 평창의 올림픽 유치 3수 과정을 온몸으로 받아낸 일꾼이다. 강원도청 공무원으로 일하다 12년 전 유치위와 인연을 맺은 그는 캐나다 밴쿠버와 러시아 소치에 2010년과 2014년 겨울올림픽을 내주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번 유치 성공으로 두 번의 실패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 됐다.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전이경(35)과 최민경(29)도 빼놓을 수 없는 유치 도우미들이다. IOC 선수위원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게 지난 두 번의 실패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있었다. IOC 선수분과위원을 지낸 전이경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쇼트트랙 여자 계주 3000m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경은 같은 실수를 세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 뛰었다. 유치위 선수위원으로 뛴 김나미 국제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40)도 국제경기연맹 간부로 활동하며 쌓아온 인맥을 총동원해 유치전에 힘을 쏟았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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