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 인근 퀘존시티 발라라 지역. 이곳은 대표적인 빈민촌이다. 폭 1m도 되지 않는 좁은 통로 옆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판잣집이 붙어 있다. 코코넛 나무와 합판으로 만든 7∼10m²(약 2∼3평) 크기의 판잣집에 많게는 가족 10명이 모여 산다. 가구당 한 달 평균 수입은 1만100페소(약 25만 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많은 집이 촛불이나 기름 램프로 지낸다. 배수가 잘 안돼 판잣집 바닥은 하수가 자주 역류하고 곳곳이 시커먼 폐수 찌꺼기로 가득했다. 장판이나 매트리스, 이불 없이 생활하는 가정도 많다.
부산외국어대는 2007년부터 현지 한인교회 소개로 이곳에서 5년째 여름방학 해외봉사활동인 ‘사랑의 집짓기’를 하고 있다. 5년간 수리한 집은 30여 채. 올해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학생 50명이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32도가 넘는 더위와 잦은 열대성 강우, 90%가 넘는 습도를 이겨내며 현지 주민들을 돕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7개 조로 나눠 상황이 열악한 판잣집 7곳을 허물고 새집을 짓거나 리모델링을 했다. 점심시간에는 짬을 내 이곳 초등학생 100명에게 컴퓨터, 태권도를 가르친다. 주택 건축비와 교육 재료비, 컴퓨터 지원, 음식 등은 대학 측이 제공한다. 학생들은 경비 일부만 부담했다. 집짓기를 마친 대학생들은 오후 7시부터 2시간은 인근 학원에서 1 대 1, 1 대 4 형태로 영어를 배운다. 봉사와 어학연수를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셈.
반희정 씨(23·국제비서학과 4년)는 “난생처음 벽돌과 나무를 나르며 시멘트도 발라 봤다”며 “힘들 때도 많지만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안준영 씨(22·인도어과 3년)는 “열악한 빈민촌 사정을 보면서 충격이 컸다”며 “서툰 실력이지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면적이 7m²가량인 판잣집에 살고 있는 콘라도 에스타니스라오 씨(40)는 “다리를 다쳐 직장을 잃고 생활이 어려웠다”며 “쓰러져가는 판잣집을 새로 지어준 한국 대학생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현지 한국인들에게도 학생들은 반가운 손님. 13년째 필리핀에서 살고 있는 김인일 필리핀 한인체육협회 이사(43)는 “학생들 봉사활동이 한국에 대한 인식을 우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학 이칠우 홍보팀장은 “국제 마인드와 국가관을 키워주고 진정한 땀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여서 경쟁률이 10 대 1이 넘을 만큼 학생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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