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진보교육감과 시민단체의 반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12일 전국 1만1544개 학교에서 치러졌다.
초중고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이번 시험에서는 응시대상 189만4480명 가운데 0.01%(187명)만이 불참했다.
지난해에는 진보교육감들이 학교에 시험 선택권을 주면서 전국적으로 430명 이상이 시험을 거부했지만 올해는 학부모 학생 교사가 평가의 취지를 이해하고 참여하면서 교육현장의 혼선이 정리된 것으로 풀이된다. ○ 미응시생은 0.01%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날 체험학습 참가나 등교 후 시험거부로 인한 미응시 학생이 18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경북 34명, 전북 32명, 서울 29명, 경기 25명, 경남 22명, 전남 16명 등. 대전 울산 강원 제주에서는 시험을 안 치른 학생이 1명도 없었다.
진보교육감 지역 가운데 미응시 학생이 가장 많은 전북교육청은 시험에 앞서 학교에 대체프로그램 마련과 시험 거부 학생 출결권을 학교장에게 일임한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이날 오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일제고사 반대 시민모임,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가 주관해 전국 11개 지역에서 열린 체험학습은 썰렁했다. 학생 256명, 교사와 학부모 79명만이 참석했다.
서울 국립서울과학관에는 학생 30명이 모였다. 하지만 시험을 치러야 하는 초교 6학년은 3명뿐이고 나머지는 금호초 교사가 데려온 3학년 학생들이었다.
6학년 박모 양은 “어떤 시험인지 잘 모르지만 엄마가 체험학습에 가라고 해 왔다. 왜 시험을 보지 말아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 시험 취지 살리자
좌파 성향 단체의 적극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응시생이 극소수에 그치자 교육계에서는 “이제 학업성취도평가의 본 취지를 살리고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확인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행됐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이 대상이다. 전교조 등의 단체는 “경쟁교육을 조장하고, 시험 대비로 0교시 자율학습 등 파행을 겪는다”며 반대했다.
시험을 둘러싼 혼선은 지난해 전교조의 지지를 받은 진보교육감들이 당선되면서 본격화했다. 지난해 전북교육청은 대체학습 프로그램 및 결석 처리와 관련된 공문을 평가 전날에만 15개를 보낼 정도. 이에 따라 전북에서만 172명이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도 ‘대체 프로그램 마련을 응시 거부 독려로 해석하지 말라’는 공문을 시험 1시간 전에 일선 학교로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학교나 교사가 시험거부를 유도할 경우 징계한다는 지침을 교과부가 내리면서 진보교육감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교조 내부에서도 “무리한 투쟁을 해서 진보교육감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력격차 해소와 학습부진 학생을 보정해주는 학업성취도평가를 부정하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는 행위다. 학생평가를 경시하는 풍조가 사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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