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교육청-교원노조 단협안 ‘독소조항’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학습지도안 교사 맘대로… 출퇴근 기록부도 없애고…
2008년 해지됐던 내용 들어가

서울시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노조와 14일 체결할 단체협약에 2008년 단협 해지의 이유가 됐던 문제조항이 대부분 되살아난 것으로 밝혀졌다. 단협안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단체교섭 안건으로 삼을 수 없다고 한 교육정책이나 인사에 관한 내용도 들어갔다. 이에 따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시교육청과 교원노조 공동교섭단(전교조 한국교원노동조합 서울자유교원조합 대한민국교원조합)의 단협안에는 ‘교사가 학습지도안을 자율적으로 작성하고 별도로 결재받지 않는다’(5조)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근무상황카드나 출퇴근시간 기록부를 폐지한다’(8조)는 내용도 들어갔다.

두 조항은 시교육청이 2008년 단협 해지 통보 시 정상적인 교육정책 집행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으로 제시한 내용의 일부다. A 초등학교 교장은 “교사가 수업시간에 어떻게 가르치는지, 출퇴근시간을 알 수 없어 교장의 학교운영 자율권이 줄어든다”고 했다.

단협안에는 또 △교원인사관리 원칙 수립을 위한 교육청협의회에 교원노조 위원을 30% 이내로 참여할 수 있게 한다(10조) △전보유예, 전입요청, 초빙교사제를 최소화한다(11조)는 조항도 있다.  
▼ “郭교육감 자신 지지했던 전교조 손 들어줘” ▼

교과부는 올 초 시도교육청에 “교원의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사항은 비교섭 대상”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10조는 교과부가 학교 자율화 방안에 따라 초빙교사제를 확대하는 방향과 어긋나기도 한다.

곽 교육감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도 포함됐다. △방과후 교육활동은 교과 보충수업으로 변질되지 않게 한다(16조) △2012년부터 교무행정 전담인력을 학교별로 1인 이상 배치하고 교무행정업무인력팀을 운영한다(8조) △학교급식위원회에 교원노조 추천 교원이 포함되도록 한다(43조) 등이 그것들. 지난달 28일 곽 교육감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교원 행정업무 경감 방향을 발표한 뒤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기자회견 내용은 동지들의 투쟁으로 일궈낸 성과”라며 힘을 보탠 바 있다.

교원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부분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협안 46조는 교육청이 신규 임용후보자 연수 시 교원노조 홍보시간을 1시간 내외로 주고, 교육청과 직속기관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시도단위 교원노조 홈페이지를 연결한다고 명시했다.

시교육청과 교원노조가 7년 만에 체결하는 이번 단협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교육감이 자신을 지지해줬던 전교조로부터 압박을 받고 결국 손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뒤 전교조는 단협 체결을 최대 목표로 했으나 교섭이 지지부진하자 지난달 30일 교육청을 상대로 투쟁에 돌입한 바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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