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토지보상에 발목 잡힌 경북도청 이전사업

9월 신청사 착공 힘들 듯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 2014년 6월 경북 안동시로 이전할 계획이나 보상문제에 걸려 신청사 기공식부터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경북도청 이전이 이전지 주민에 대한 토지 보상 문제에 걸려 차질을 빚고 있다. 보상을 둘러싼 견해차가 커 올해 9월로 예정된 신청사 기공식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2014년 6월로 예정된 행정타운 준공도 어려워져 도청 이전 사업이 전체적으로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북도와 사업시행자인 경북개발공사는 지난달 14일 도청 이전 예정지에 사는 460여 가구에 대한 토지 보상가를 통보했다. 그러나 꼭 한 달이 지난 현재 보상가를 둘러싼 갈등만 깊어졌을 뿐 아무런 진전이 없다.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보상가는 3.3m²당 대지 22만1500원, 논 11만6500원, 밭 9만9000원, 임야 2만1300원으로 평균 10만2000원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도청 이전 발표(2008년 6월) 이후 땅값이 전체적으로 많이 올라 보상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안동시 풍천면사무소에서 열린 감정가 평가결과 주민설명회에서도 아무런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주민들은 도청이전사업을 인정고시한 지난해 5월을 기준으로 보상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북도 등은 이전지 발표 때를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민공동대책위원회는 “현실적인 땅값 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법규만 앞세워 보상하면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하느냐”며 “보상가를 더 받아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생존권 차원에서 현실 보상가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평균 보상가가 충남도청 이전 경우와 비슷한 3.3m²당 20만 원 선은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북도와 경북개발공사는 보상가 재평가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난감해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땅값 상승에 따른 개발이익은 보상가 산정에 반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난달 산정한 보상가는 2008년 공시지가보다 2배가량 높은 가격”이라며 “주민들의 요구에는 못 미치지만 경북도가 법규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경북개발공사 측은 “충남도청 이전 상황과는 입지 조건과 적용 법규가 다르며 현재로서는 감정 결과를 바꾸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북도청 이전지는 안동시 풍천면(갈전리 도양리 가곡리)과 예천군 호명면(금릉리 산합리) 접경지역 10.96km². 도청 등 주요기관은 2014년 이전할 계획이며 2027년까지 인구 10만 명의 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경북도 민병조 도청이전추진본부장은 “국토해양부와 법제처를 통해 보상가 산정 기준 등을 바꿀 수 있는지 질의하면서 대책을 찾고 있다”며 “보상가 재평가가 불가능할 경우 이주자 택지를 지원하고 생계조합을 설립하는 등 간접 보상을 최대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교육청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투자심사위원회에서 청사 이전 심의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1∼6월)에 800억 원을 들여 7층 규모의 신청사 공사를 시작해 2014년 6월 도청과 함께 이전할 계획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경북도청 이전 추진 일지::

△1966년 4월 대구 중구 포정동에서 현 위치(북구 산격동)로 이전
△1981년 7월 대구광역시와 행정관할 분리 △1992년 4월 경북도의회 도청이전특 별위원회 구성
△2006년 6월 민선4기 김관용 도지사 도청 이전 공약
△2007년 3월 경북도청 이전 조례 제정
△2008년 6월 도청 이전 예정지 지정 공고(안동시 및 예천군)
△2009년 3월 도청 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조례 제정
△2010년 4월 사업시행자 지정(경북개발공사)
△2011년 9월 기공식(예정)
△2014년 6월 이전(예정)
△2027년까지 인구 10만 신도시 조성(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