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모범대학 탐방]<1>건국대학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늘리고… 줄이고… 꼼꼼하게… “입학사정관제 선진모델”

《 입학사정관제는 내신성적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만으로 알기 어려운 잠재력과 소질,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평가해 대학의 인재상에 걸맞은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대학마다 선발 방법과 일정이 다양하므로 원하는 대학과 전공을 결정한 뒤 맞춤형으로 준비해야 한다. 올해 입시에서는 입학사정관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이 지난해보다 네 곳 늘어 122개 대학에서 4만1250명을 뽑는다. 원서도 지난해보다 빠른 8월 1일부터 접수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11년 입학사정관제 선도 대학 30곳과 우수 대학 20곳을 5월에 발표했다. 건국대를 시작으로 입학사정관전형을 우수하게 운영하는 대학을 소개한다. 》
건국대는 입학사정관전형에 대해 더 자세히 알도록 돕기 위해 희망 전공을 체험할 기회를 준다. 지난달 동물생명과학부 전공탐색 시간에 찾아간 수험생들. 건국대 제공
건국대는 입학사정관전형에 대해 더 자세히 알도록 돕기 위해 희망 전공을 체험할 기회를 준다. 지난달 동물생명과학부 전공탐색 시간에 찾아간 수험생들. 건국대 제공
건국대는 입학사정관전형의 선도주자다. 2007년 시범대학을 시작으로 입학사정관전형을 도입한 뒤 2009년부터 3년 연속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으로 선정됐다.

선발 인원도 점차 늘렸다. 2011학년도 510명(전체의 15%)에서 2012학년도에는 610명(17.9%)을 뽑는다. 이제는 한국형 입학사정관제 선진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공교육 발전에 기여하려고 한다.

○ 입학사정관전형의 선진화


건국대 입학사정관전형의 가장 큰 변화로는 전형방법을 단순화하고 선발 인원을 확대한 점을 들 수 있다. 지난해 9개 전형을 올해는 7개로 줄였다. KU리더십전형은 KU자기추천전형으로 통합했고 KU전문계고교출신자전형과 KU전문계고교졸재직자전형은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바꿨다. 선발 인원은 지난해보다 100명 늘었다.

건국대는 평가의 공정성과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KU 종합평가시스템을 도입했다. 전형평가 과정과 결과를 전산으로 관리한다. 지원 서류의 표절 여부를 검색하고 전형결과를 분석할 수 있어 입학사정 업무가 더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그뿐만 아니라 서류 및 면접 재심위원회와 전형심의위원회를 운영한다. 여러 명의 전문가가 다단계로 평가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갖추기 위해서다.

○ 고교-대학 연계 강화


학생 교사 학부모가 입학사정관전형을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다양한 채널을 만든 점도 눈길을 끈다.

6월부터 현재까지 고교생이 수의예과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문화콘텐츠학과 소비자정보학과 커뮤니케이션학과 등 10개 학과에서 전공 관련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학과 교수로부터 전공 강의를 듣고 선배와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올해는 진학정보가 취약하거나 건국대 지원율이 높은 고교를 중심으로 체험 대상을 뽑았다. 이미경 선임입학사정관은 “수험생의 입학사정관전형 준비를 돕고 어떤 소양을 길러야 할지 알려주기 위해 전공체험활동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매주 놀토(쉬는 토요일)에는 오전 10시∼낮 12시 입학사정관제 설명 및 개별 상담이 진행된다. 입학사정관전형이 시작되기 전인 7월 넷째 주까지 계속된다. 고교를 직접 찾아가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전공 및 입학사정관전형에 대해 설명하기도 한다.

진로진학 상담교사를 대상으로 마련한 연수도 있다. 지난달에는 전국 교사 110여 명이 자기소개서와 서류모의평가에 대한 특강을 들었다. 30개 고교의 교사 30명을 입학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해 고교 현장의 목소리를 전형에 반영한다.

이러한 고교 연계형 입학사정관전형 운영 방식에 호응이 높다. 지난달 전공탐색 설명회에 참석한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 3학년 이다혜 양은 “전공탐색을 한 뒤 고교에서 배운 영상미디어 제작 기술에 콘텐츠 창작능력을 더한 시나리오 작가가 될 결심을 했다. 입학사정관전형을 어떻게 대비할지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입학사정관 전문성 확보, 추수 교육


건국대는 전임 입학사정관 19명 외에 교수 83명을 입학사정관으로 위촉했다. 이들은 전형 방법 개발, 서류·면접 평가, 최종 선발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입학사정관은 업무별로 특화된 교육을 받는 등 전문성을 기르려 노력한다. 인사 규정에 입학전형 전문교수를 명시하기도 했다.

우수한 학생을 뽑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학교육을 잘 받도록 돕는 과정도 마련했다. 입학 전에 학력을 진단하기 위한 기초학력증진 프로그램과 자기계발 프로그램인 예비대학을 운영한다. 학생이 대학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입학사정관전형 입학자의 모임인 ‘KU Core’를 통해 공통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를 연구하도록 돕는다.

건국대의 입학사정관전형에 대해 궁금한 점은 입학정보센터(02-2049-6283)로 문의하면 된다.
▼ “재단전입금 전국 최상위권 학문융합 등 과감한 투자” ▼

김진기 입학처장
김진기 입학처장
건국대는 발전속도가 가장 빠른 대학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10년간 전국 최상위 수준의 재단 전입금을 바탕으로 과감히 투자한 덕분이다.

김진기 입학처장(사진)은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교육시설 등 하드웨어 투자에 이어 교육과 연구 분야 혁신을 통해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한 비전 ‘i-SMART 건국 2020’의 구체적 목표는….

“2020년까지 국내 5대 사학, 아시아 50대 대학, 세계 150대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i는 혁신(innovation)과 지식인(intellectual)을 뜻한다. SMART는 학교(School) 경영(Management) 동문(Alumni) 연구(Research) 기술(Technology)의 5대 과제를 말한다. 혁신적인 대학 교육과 대학 경영, 연구업적 향상을 통해 스마트한 대학을 만들려고 한다.”

―스마트시대의 리더를 위해 학문융합에도 의욕적이라고 들었다.

“국내 최초의 기술경영학과는 2009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해 테크노 경영인을 양성하는 중이다. 지난해 신설한 문화콘텐츠학과에서는 인문학을 중심으로 예술, 디자인, 디지털 기술, 마케팅을 함께 가르친다.

―취업과 관련한 맞춤형 학생지원 프로그램의 특징은 무엇인가.

“2000년부터 ‘건국 엘리트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학기당 3, 4학년 500명을 선발해 방학(8주) 동안 취업강좌를 열고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이런 노력 덕에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시한 취업통계 조사에서 건국대는 61.2%로 서울 주요 대학 중 5위에 올랐다.”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조건 스펙이 화려하고 비교과영역이 많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필요가 없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기 재능과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면 된다.”

―올해 입시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입학사정관전형 모집인원을 확대했고 정시 ‘가’ 군을 신설했다. 건국대의 위상이 상승했다는 뜻이다. 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백분위가 아닌 등급제로 바꿨다.”
▼ ‘자기추천 전형’ 합숙하며 발표면접도 ▼


건국대의 입학사정관전형 가운데 KU자기추천전형은 2009학년도부터 1박 2일 합숙면접을 하고 있다. 올해 입시에서는 91명을 모집하는데 1단계에서 3배수를 뽑고 2단계에서 1박 2일 합숙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한다.

합숙면접을 시작하는 날에 수험생은 오전 9시 반 건국대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장소는 추후 확정)로 옮긴다. 도착 뒤 모집단위별로 팀을 나눠 1차 개별면접과 2차 집단면접을 한다.

개별면접은 교수와 입학사정관 등 3명이 학생 1명에게 질문하는 방식이다.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자기추천보고서 등의 서류와 관련한 내용은 물론이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묻는다.

집단면접에서는 면접위원이 제시한 논제를 놓고 수험생 4, 5명이 15분간 생각한 뒤 30분간 토론한다. 시사적인 내용부터 전공 관련 내용까지 다양한 주제가 나온다. 이틀째에는 발표면접이 있다. 전공 분야의 학업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개인별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시간이다. 자료를 20분간 읽고 10분간 발표하면 면접위원들이 질문을 한다. 발표를 할 때는 화이트보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지난해 합숙면접에 참석했던 수험생은 “나의 진면목과 열정, 재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다. 지원자 서로의 실력을 알게 돼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건국대는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하는 수험생을 위해 전용 홈페이지(ao.konkuk.ac.kr)를 운영한다. 입학사정관전형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실시간 상담도 가능하다. 전공체험활동과 관련한 프로그램도 안내한다.

‘서류관리’라는 개인 맞춤형 코너는 고교 1, 2학년 학생을 위해 만들었다. 회원가입을 한 뒤 자기소개서와 자기주도활동 내용을 작성하면 전문가가 첨삭지도를 한다. 합격자의 생생한 수기, 고교생을 위한 전공체험활동 자료를 볼 수 있다. 고교 교사를 위해 입학사정관전형 사례 등 관련 자료도 제공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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