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연구비 깎아 등록금 내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정부 지원액중 대학 본부로 가는 ‘간접비’ 27%→40% 확대 논란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수 연구비를 깎아 대학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반값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등교육 예산을 늘리려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자 ‘편법’을 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과부가 최근 마련한 ‘대학 연구 간접비 제도 선진화 방안’은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연구비에서 간접비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간접비는 정부 지원액 중 연구자가 아닌 대학 본부가 가져가는 비용을 말한다. 대학은 이 자금을 연구 지원에 필요한 행정인력 채용, 시설 구축, 각종 서비스 제공에 사용해야 한다.

올해 교과부가 정한 대학 간접비 상한선은 연구비의 27%다. 예컨대 A 교수가 정부로부터 1억 원의 연구비를 받았다면 최대 2700만 원을 간접비로 대학 본부에 내야 한다.

교과부 등 정부 부처가 대학에 지원한 연구개발지원비(2009년 4조2043억 원)를 기준으로 하면 최대 1조1400억 원 정도가 간접비로 나가는 셈이다.

교과부는 내년에 이런 간접비의 비중을 최대 40%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학 본부에 가는 예산이 최대 1조6800억 원 정도로 늘어나는 셈이다. 간접비 사용목적도 대학이 자유롭게 정하도록 기준을 완화할 예정이다.

간접비가 늘어나면 대학이 쓸 수 있는 예산이 커지므로 등록금을 조금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교과부는 기대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이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쓰는 실제 예산이 연구자에게서 받는 간접비보다 훨씬 많다는 판단에 따라 인상을 추진하는 것”이라면서도 “어디까지를 연구지원용 지출로 봐야하는지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일부 대학은 간접비를 연구지원 예산이 아니라 본부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교과부가 교수의 연구비를 줄여서 등록금을 낮추려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A대학 이모 교수(의대)는 “지금도 연구비에서 간접비는 물론 인건비와 시설비를 빼면 1억 원 중 순수하게 연구를 위해 쓸 수 있는 액수가 2000만∼3000만 원밖에 안 된다”며 “교과부는 간접비 비중을 올리기 전에 대학이 이 예산을 적절히 쓰는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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