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와 비슷한 집중호우 내린 과거와 비교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물폭탄속 홍수피해 줄었다는데… ‘4대강’ 덕분?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올해 장마기간에 피해가 크게 줄었다는 보고서를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정부의 조사는 2008년 4대강 공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 실시된 것이다.

소방방재청은 14일 “올해 장마기간 집중호우 때 4대강의 수위가 낮아졌고 피해액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본류의 준설로 홍수 위험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수 패턴이 달랐던 과거 피해 사례와 단순 비교하며 4대강 사업의 효과를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홍수 위험과 피해 줄었다

경기 여주군 금사면 전북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윤세욱 씨(81)는 계속되는 최근 장맛비에도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윤 씨 마을은 남한강에서 700m 떨어져 있어 장마철만 되면 논밭이 침수되는 피해를 보았지만 올해는 700mm가 넘는 비에도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윤 씨는 “수시로 남한강에 나가 봤지만 물 높이가 7, 8m 강둑의 절반 수준을 넘지 않았다”며 “4대강 공사로 강바닥이 깊어져 이제 홍수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조사 결과 낙동강 수계인 경북 상주 지역에서 수위가 3.5m 낮아지는 등 비슷한 규모의 예전 폭우 때보다 수해 위험도가 크게 줄었다. 한강 수계인 경기 여주군 일대 남한강 수위는 2.5m 낮아졌고 금강의 충남 부여군은 0.8m, 영산강의 광주시는 1.1m 각각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비 피해도 줄었다. 조사에 따르면 2004년에는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80∼334mm의 집중호우로 2041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올해는 6월 22일부터 7월 3일까지 내린 129∼617mm의 폭우로 84억 원(잠정 집계)의 피해만 났다. 1999년 7월 23일부터 8월 4일까지는 95∼633mm의 비가 내렸을 때 1조49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에 비하면 0.8%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장마가 끝난 뒤 피해 신고가 추가될 수 있지만 과거 피해에 비해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소방방재청의 설명이다.

○ 4대강 사업 효과?

올해 수해 피해가 줄어든 것은 4대강 준설로 바닥에 쌓인 침전물이 사라지면서 수량은 풍부해지고 하천 수위는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소방방재청은 분석했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슈퍼장마로 불릴 만큼 엄청난 폭우를 쏟아냈는데도 피해 규모가 준 것은 4대강 사업의 큰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나 짧은 시간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느냐에 따라 피해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데 단순히 강수량만을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석환 대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본류 준설로 홍수위험은 낮아질 수 있지만 특정 지점의 최대 시우량(時雨量)과 강수량 등 모든 위험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지 않으면 얼마나 수해 위험이 줄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상청과 방재청 등에 따르면 충남 부여군에서는 172mm가 내렸던 1999년 7월 23일부터 8월 4일까지 84억90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278mm가 내렸던 2004년 6월에는 19억8000만 원으로 피해가 줄어들었다. 즉 강우 유형과 수해방지 시설 설치 정도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과 별도로 진행돼온 재해예방 사업이 피해를 줄이는 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2008년에 2255억 원, 2009년 이후에는 매년 5000억 원 이상을 재해예방 사업에 투자해 왔다.

○ 빨라진 지류 유속은 위험 요인

4대강 본류 준설로 인해 유속이 더 빨라진 지류 지역은 오히려 수해에 더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본류 준설이 진행되면서 물 흐름이 원활해지자 지천의 유속이 빨라졌고 그 바람에 제방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충남 환경단체인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은 “유등천에 침산보가 건설돼 물길이 막히면서 유속이 빨라졌고 그 바람에 침산보 둑이 무너졌다”며 “다른 4대강도 둔치나 둑 붕괴 위험이 있어 보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여주=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