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때문에 엇갈리는 희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7일 15시 44분


"30년 동안 장사하면서 이런 비는 처음이에요. 하루 10만 원어치는 팔았는데 요즘은 절반 정도밖에 안 돼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꽈배기 노점상을 하는 손옥두 씨(58)는 "요즘 비 때문에 아내와 두 식구 먹고 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원료인 밀가루와 식용유 값이 오른 것도 있지만 장마로 손님들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손 씨는 "노점에서 음식을 먹으면 비를 맞아야하지 않느냐"며 최근 연이은 장맛비를 원망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장마가 계속 이어지면서 노점상과 일용직 노동자, 대리운전 기사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직종 종사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오후 강남역 인근은 영업 중인 노점상이 10곳이 채 안될 정도로 한산했다. 평소 강남역 사거리는 수십여 개의 각종 노점상이 즐비한 곳이다. 노점에서 양말, 스타킹 등을 파는 황모 씨는 "비 때문에 대부분 노점상들이 장사를 못하고 있다"며 "워낙 장사가 안돼 아예 낮에는 영업을 하지 않고 그나마 사람들 많이 몰리는 저녁 시간에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기사들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모이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한 카페에는 "장마 때문에 일 못 하겠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한 회원은 "아무래도 비가 많이 오면 서둘러 귀가하는데다 술을 마시는 사람도 적어진다"며 "하루 7, 8번은 뛰어야하는데 요즘은 많아야 3, 4번 정도밖에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운전 기사는 "손님이 부르는 곳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비가 많이 오면 택시잡기가 어렵지 않느냐"며 "도착이 늦다보니 손님들이 다른 대리기사를 부르거나 아예 차를 놓고 택시를 타고 가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발레리나도 의외로 비 때문에 힘든 직업이다. 이들이 신는 토슈즈는 비싼 것은 10만 원이 넘는 고가품. 하지만 습기에 약한 소재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습하면 딱딱해야 하는 앞코가 물러져 교체해야 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한 무용수는 "토슈즈는 말려서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요즘처럼 바닥이 젖고 습기가 많은 날에는 하루 신고 버려야 한다"고 트위터에 푸념의 글을 올렸다. 보통 공연이 없는 경우 토슈즈는 일주일에 1, 2켤레 정도 사용한다.

반면 실내에서 영업하는 백화점, 마트 등은 장마가 반가운 상황. 이마트는 "6월 16일~7월 14일 매출을 집계한 결과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우산은 125.6%, 장화는 107.5%, 제습제는 39.6%, 탈취제는 28.8%, 와이퍼는 21.3%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7월 들어 14일까지 전년 대비 방문 고객 수는 1.9% 줄어들었지만 백화점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매출액이 7.5% 늘었다"고 말했다. 비 때문에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실내에서 쇼핑과 식사 등을 한꺼번에 즐기면서 방문객 1명 당 사용하는 액수가 7% 늘었다는 것.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7월 들어 약 50% 증가했다. 스포츠 용품 판매 역시 7월 들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3.1% 늘어났다. 백화점 측은 "장마로 인해 체육관, 피트니스 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요가 등 인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