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4일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 아파트 1만1824채가 들어서는 재개발 기준안을 발표하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고층아파트 허용에 대해 일각에서는 “압구정동에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작 주민들은 “토지 기부가 많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오세훈 시장이 선거공약 때문에 주민의 뜻과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하고 있다.
재개발 구상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까지 잠잠해 서울시의 계획안은 출발 전부터 ‘찬밥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 주민들은 불만, 시장은 싸늘
주민들은 개발면적의 25.5%를 기부해야 한다는 서울시 계획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동 대표를 맡고 있는 정모 씨는 17일 “2009년에 단지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90%가 ‘수익성이 없다’며 재개발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 대표는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지 서울시에 묻고 싶다”며 “기부 비율을 10% 이하로 하고 최고 층수를 60층 이상으로 높여야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압구정동 사업의 기부 비율은 여의도 전략정비구역(40%), 성수 전략정비구역(30.8%), 성수지역조합아파트(30.1%)에 비해 낮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여의도 재개발 관련 주민들도 기부 비율을 문제 삼아 반발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건축면적을 가구별로 10% 이내에서만 넓히도록 하는 것에도 불만이 일고 있다.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는 “176m²(53.3평)의 경우 5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수억 원을 부담하고 현재와 같은 평형에 살지 않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판단이다. 기부한 용지에 공원이 조성되면 유동인구가 늘어나 주거환경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재개발보다 비용 부담이 작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 언제 추진되나
서울시는 조만간 재개발 계획안을 주민에게 열람하도록 하고 강남구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쳐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이 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지구단위정비계획이 확정되면 내년부터 주민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재건축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만 채 이상이 들어서는 대규모 사업 특성상 연차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반대가 강해 재건축조합이 결성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 이번 계획안 발표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서울시는 2005년에 압구정동 주민들이 60층 이상 단지에 미니골프장 등을 짓겠다는 구상을 제시했을 때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2009년 1월에 이번과 비슷한 한강변 아파트의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기부 비율만 25%로 달랐을 뿐 핵심 내용은 같다. 계획안을 실천할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 처음 압구정동 주민들의 계획을 왜 반대했고 왜 방침이 바뀌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다만 ‘한강의 조망권을 모든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오 시장의 선거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만 나온다.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도 썰렁하다.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발표안은 예전 안을 재탕한 것 아니냐”며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서 그런지 문의 전화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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