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외국어 실력을 키우려는 수강생으로 학원가가 북적인다. 사회 환경에 따라 언어별 선호도 차이도 드러나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김연아 선수와 나승연 유치위원회 대변인이 보여준 유창한 프레젠테이션 실력 덕에 영어는 말하기 강좌를 중심으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반면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어학원은 수강생이 줄어들어 울상이다. 중국어학원은 삼성이 9월부터 가산점을 주기로 하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평창 특수로 영어 말하기 열풍
영어학원에는 토익이나 토플 성적을 올리기보다 말하기에 대비하려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 14일 오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파고다학원은 이른 시간임에도 토익 스피킹 수강생이 많았다.
한소진 씨(22·여·숭실대 글로벌 미디어학과)는 “영어로 말하는 능력이 취업에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김학아 씨(26·숙명여대 영문학과)는 “공인영어 점수는 일정 선만 넘으면 되므로 영어 말하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학원 이영애 주임은 “토익 스피킹, 회화, OPIc(영어말하기능력평가) 등 말하기 관련 수업 수강생은 지난달보다 3배, 지난해보다 10배 정도 늘었다. 특히 평창 올림픽 프레젠테이션 이후에는 영어 프레젠테이션 관련 문의도 늘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공채에서 영어 말하기 능력을 비중 있게 보는 추세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대기업 중 절반이 올해 신입사원 채용 시 영어면접을 치를 계획이다.
삼성 포스코 LG 등은 토익 스피킹 등 영어 말하기 점수를 요구한다. 영어면접을 보는 현대자동차 인사채용팀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은 앞으로 영어 말하기 능력 평가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영어 말하기 열풍은 초중고교에도 불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내년부터 수시전형에 일부 활용하고 이르면 2016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을 대체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말하기는 학교에서 준비하기 힘들어 학원에서 배우려는 학생이 많다.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GSI어학원의 말하기와 토론 강의 수강생은 2009년 15%, 2010년 40%, 2011년 50%로 해마다 늘고 있다. 반면 2009년 전체의 60%를 차지했던 토플이나 텝스 수강생은 지금은 15%에 불과하다.
○일본어 지진 울상, 중국어 삼성 특혜
일본어학원들은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능 오염 위험 탓에 일본에 여행과 유학을 가려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다.
파고다 강남학원의 경우 수강생이 4월에는 7.4%, 5월 8.3%, 6월 10.2% 줄어드는 등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인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토토로하우스 일본어학원 관계자는 “원전사고 뒤 수강생이 40∼50명 줄었다. 일본 경기가 계속 침체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동 장수경어학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어권에 비해 저렴한 경비 때문에 일본 유학생이 많았지만, 이제 꼭 가야 할 사람만 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꼭 지진 때문이 아니어도 2000년 이후 일본어 선호가 줄었다. 고교생부터 제2외국어로 일본어보다는 중국어를 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어학원은 성장세다. 특히 삼성이 9월 신입사원 채용부터 중국어 특기자에게 가산점을 최대 5% 주기로 하면서 취업 준비생이 몰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르몽드어학원 관계자는 “취업을 위한 단기 수강생이 늘었다. 최근 중국 시장이 넓어지면서 이제 제1외국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신경숙외국어학원 관계자는 “중국과 교류가 늘면서 비즈니스 회화를 배우려는 직장인이 많아졌다. 지난해 대비 30% 정도 수강생이 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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