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1주년을 맞은 덕성여대의 야심 찬 포부다. 덕성여대는 100주년인 2020년까지 국내는 물론 아시아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여성 대학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장기 발전계획 ‘비전 2020+’를 세우고 파트너십 교육 특화와 맞춤식 교육 실행, 에코 캠퍼스 구축 등의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 ‘가두리’ 학교
덕성여대 학생들은 다른 대학 학생들보다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전공수업 외에도 심화 및 교양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언어나 컴퓨터 등 실무능력이 중요한 전공의 경우 1학년 첫 방학에는 2주간 사실상 학교에 ‘갇힌 채’ 공부해야 한다. 프로그램 명칭이 ‘가두리’일 정도다. 대신 학생이 캠퍼스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지도교수를 만날 수 있게 한다. 학교생활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학생은 많게는 3명의 지도교수를 배정받는다. 학과별로는 학생 10명 단위로 전담 지도 교수제를 운영하고 전공 내에서도 특정 학문이나 학회별로도 따로 지도교수가 배정된다.
올해부터는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언어와 심신단련교육을 받는 ‘덕성라라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첫 학기 지원자 150여 명은 매일 수업이 끝난 뒤 캠퍼스에 남아 영어와 요가 등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양정호 발전정책실장은 “앞으로 매년 캠퍼스 내 교육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르면 2015년부터는 모든 신입생이 학교에서 1년간 머물며 교육을 받는 ‘레지덴셜 칼리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참여 학생들은 전공 지도교수 외에 기숙사 지도교수를 배정받아 전공별 심화 실무 수업을 받는다. 이미 영국 등지에서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교육 방식으로 국내 서울 소재 대학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덕성여대는 올해 기숙사를 신축할 예정이다. 이 같은 꼼꼼한 교육을 바탕으로 지난해 67.5%였던 취업률을 내년에는 80% 이상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글로벌 교육도 공격적으로 추진한다. 현재 중어중문학과에서 실시하는 ‘7+1(7학기는 국내에서, 1학기는 해외 대학에서 공부하는 제도)’을 영어와 일본어, 스페인어 등으로 확대하고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도 추가로 개발해 재학생들의 해외 진출을 장려할 예정이다. 박현신 교무처장은 “장기적으로 국제학부인 ‘미리사 칼리지’(가칭)를 창설해 국제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라며 “몽골 등 해외에 캠퍼스를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했다.
○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줄 아는 인재”
덕성여대는 대학의 사회적 역할 및 대학생들의 사회 기여 의무도 중시하고 있다. 모두가 ‘리더십’을 외치는 시대에 ‘파트너십’도 중요하다는 것. 혼자만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유능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줄 아는 인재를 길러내자는 것이 학교 교육 이념이기 때문이다.
최근 학생들이 가장 기대하는 프로그램은 내년 7월 학교와 유엔 여성지원기구인 ‘유엔 여성’이 공동 주최하는 ‘차세대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
덕성여대 학생들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양성 평등과 여성 교육 등 국제사회의 여성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이용환 차미리사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차세대 여성 인재 양성을 위해 유엔에서 세계 최초로 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대회”라며 “학생들이 제시한 우수 아이디어는 유엔에서 실제 사업화하는 한편 인재들에게는 장학금과 인턴십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덕성여대는 이번 대회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정례화해 3년 이내 500명 이상, 5년 이내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적 행사로 키운다는 목표다.
소완 씨(21·영어영문·3)는 “‘반크’ 대학생 한국문화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평소 유엔이나 비정부기구(NGO)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견문을 넓히고 적극적으로 꿈을 펼치고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지은희 총장 “감성+공동체 의식… 여성 지위상승 앞장” ▼
덕성여대 지은희 총장(64·사진)은 대학을 졸업한 1969년 한 대기업 사장 비서로 입사했을 때 겪었던 한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공장 조회 시간에 사장 훈시가 시작되자마자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여직원이 속출했던 것. 지 총장은 16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동 덕성여대 총장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여성이 밤낮없이 고된 일을 하면서도 박봉과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것이 당연시되던 상황을 보며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고 말했다.
덕성여대가 최근 국내 대학 최초로 유엔 산하 여성기구의 통합체인 ‘유엔 여성’과 저개발국 여성 대상 봉사 및 교육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지 총장의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한국 여성의 지위 상승에는 유엔 등 세계 각국의 도움을 받은 영향도 컸다”며 “세계 곳곳에 여전히 1960년대 한국과 같이 가난과 중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이 많은 만큼 이제 우리도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덕성여대는 ‘유엔 여성’과 함께 내년부터 저개발국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발 벗고 나설 계획이다. 아시아·아프리카 여대생을 학교로 초청해 저개발국 여성들의 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유아교육, 보건위생, 정보기술(IT) 연계 개발 등 다양한 직업 훈련도 실시한다. 이 중 한 해 20명을 선정해 장학생으로 덕성여대를 다닐 수 있는 기회도 줄 예정이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직접 저개발국 여성들을 찾아가 교육, 사회·문화 활동, 재난·의료 봉사도 실시한다.
지 총장은 “여성의 감성과 덕성여대만의 공동체 의식을 무기로 저개발국 여성에게 같은 여성으로서의 파트너십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덕성여대의 저개발국 여성에 대한 관심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3년 전부터 한 해 10여 명씩 저개발국 여성을 전액 장학금을 주며 학교로 초청해 마음 놓고 공부하게 하는 ‘아시아여성파트너십’을 시행하는 등 관련 정책도 다수 시행해왔다.
지 총장은 세계 여성에 대한 관심은 공동체 의식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2006년 취임 직후부터 학내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신입생들이 입학 후 3주 동안 기숙사에서 영어 프로그램을 들으며 구성원 간의 친밀도를 높이고 100시간 이상 사회봉사를 해야 졸업이 가능하게 한 것. 지 총장은 “구성원 간의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세계 여성을 아우르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키우게 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목표”라고 말했다.
덕성여대는 9월부터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지 총장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가질 가능성 있는 인재’가 많이 지원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인재가 될 가능성 있는 학생이 들어오면 우리는 그 학생을 최고의 파트너십을 가진 인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12학년도 수시 4가지 전형으로 압축… 심층면접 실시 ▼
2012학년도 덕성여대 수시 모집 전형은 과거보다 크게 간소화한 게 특징이다.
2011학년도 당시 1, 2차로 나눠 모집했던 전형을 통합해 한번에 모두 선발하고 전형 유형도 4개로 축소했다. 지난해 실시했던 논술고사도 폐지했다. 그 대신 심층면접고사를 실시한다.
수시모집에서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 전형 414명을 포함해 특별전형인 글로벌파트너십으로 53명, 입학사정관전형인 지역사회파트너십과 사회기여배려대상자 전형으로 각각 10명, 22명 등 총 499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일반전형은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로 정원의 3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학생부 70%+심층면접 30%’로 선발한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까지 수시모집 특별전형이었던 사회기여배려대상자 전형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편입됐고 덕성여대가 있는 강북구 도봉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사회파트너십 전형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신설됐다. 사회기여 배려대상 전형에는 독립유공자 자녀 및 손자녀, 국가유공자 본인 및 자녀 등을 포함해 환경미화공무원으로 10년 이상 재직한 자의 자녀도 지원할 수 있다.
지역사회파트너십 전형은 고교 입학일부터 입학원서 접수 시작일인 9월 8일 기준 강북구 도봉구에 사는 응시자로 관내 일반계 정규 고교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내년 2월 졸업 예정자가 대상이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동시에 국·영·수 교과 중 2개 교과 영역이 2등급 이상이며 재학 중인 고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은 지원할 수 있다. 이 두 전형은 각각 한번에 합격자를 모두 선발한다. 이정욱 입학홍보처장은 “학교 위치가 강북구와 도봉구에 걸쳐 있어 해당 지역에 대한 사회적 기여 및 주민 참여 차원에서 해당 전형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수시모집 원서 접수는 9월 8∼15일. 지역사회파트너십을 제외한 3가지 전형은 재수생도 지원할 수 있다. 최종합격자는 11월 18일 발표한다.
정시모집은 가, 나군으로 나눠 선발한다. 일반전형으로 가군에서 302명, 나군에서 513명 등 총 815명을 뽑을 예정이다.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우선선발을 폐지하고 전체 학생을 수능시험과 학생부 성적으로 선발한다. 입학사정관이 뽑는 사랑나눔파트너십 전형은 ‘학생부 40%+심층면접 30%+서류심사 30%’로 선발한다. enter.duksung.ac.kr, 02-901-8189∼9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