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美횡단 자전거 레이서 2명… 아동복지 ‘사랑의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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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17일 강원 강릉자비원에 마일리지 적립금을 기탁한 미국 횡단 자전거 레이스 우승자 이형모(오른쪽), 김기중 씨. 동아일보DB
17일 강원 강릉자비원에 마일리지 적립금을 기탁한 미국 횡단 자전거 레이스 우승자 이형모(오른쪽), 김기중 씨. 동아일보DB
17일 오전 강원 강릉시 아동복지시설 자비원에 자전거를 탄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지난달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횡단 자전거 레이스(RAAM)에 출전해 50세 이하 2인조 남자 부문에서 우승한 이형모(32) 김기중 씨(38)와 자전거동호회원들.

이 씨와 김 씨는 이날 RAAM에서 달린 거리만큼 쌓인 마일리지 적립금 1200여만 원 가운데 절반인 600여만 원을 자비원에 후원금으로 기탁했다. 나머지 절반은 16일 경북 구미시의 외국인 이주민을 위한 단체 ‘꿈을 이루는 사람들’을 찾아 전달했다. 적립금은 지인들과 전국의 자전거동호회원 등 200여 명이 마련했다. 후원금을 전달하는 과정도 이채로웠다. 16일 0시 자전거를 타고 서울을 출발해 구미를 거쳐 이날 강릉에 도착한 것. 총 500km가 넘는 무박(無泊) 대장정이다.

이들은 대회 참가 전 적립금을 자비원과 꿈을 이루는 사람들에게 절반씩 나눠 기탁하기로 약속했다. 이들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음의 레이스’로 불리는 RAAM을 완주할 수 있었고 8일 1시간 12분의 기록으로 우승의 영예까지 안았다. RAAM은 자전거 하나에 의지해 4810km를 횡단하는 대회. 2인조 단체의 경우 2명이 번갈아 가며 3, 4시간씩 레이스를 펼치는 방식으로 9일 이내에 완주해야 하기 때문에 초인적인 체력과 정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회 4일째에는 김 씨가 지나던 자동차와 부딪쳐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이 씨가 9시간 넘게 홀로 레이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 씨는 “우리의 레이스가 이들에게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달렸다”며 “꼭 RAAM을 완주해 자비원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함께 보며 우리가 얼마나 자비원 식구들을 생각하며 달렸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가 후원금 기탁처로 자비원을 택한 것은 강릉 관동대 재학 시절 친하게 지낸 자비원 출신 산악부 후배와의 인연 때문이다. 김 씨는 “우리가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도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원생들에게 힘들었던 레이스 과정을 들려주며 도전정신과 모험정신의 필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이어 경포호에서 100여 명의 원생과 함께 자전거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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