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김앤장’ 은정민 변호사 만난 인천 옥련여고 한아름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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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말과 글로 설득하는 변호사… 다양한 경험 쌓아야죠”

변호사를 꿈꾸는 인천 옥련여고 2학년 한아름 양(왼쪽)은 최근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은정민 변호사를 만났다. 한 양은 한 시간 넘게 은 씨와 변호사 생활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사진은 인터뷰를 마치고 김앤장 로비에서 포즈를 취한 두 사람.
변호사를 꿈꾸는 인천 옥련여고 2학년 한아름 양(왼쪽)은 최근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은정민 변호사를 만났다. 한 양은 한 시간 넘게 은 씨와 변호사 생활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사진은 인터뷰를 마치고 김앤장 로비에서 포즈를 취한 두 사람.
《변호사. 인천 옥련여고 2학년 한아름 양(17)의 학교생활기록부 진로희망란에 적힌 세 글자다. 한결같았다. 유치원 때부터 주위에서 꿈이 뭐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변호사’라고 대답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본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변호사의 모습이 한 양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부터다. 그렇게 가슴속에 아로새겨진 변호사의 꿈. 시간이 흐를수록 꿈은 간절해졌지만 어떻게 준비할지 몰라 답답했다.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엔 영화 속 변호사가 아니었다. ‘신나는 공부’의 도움으로 현직 변호사를 만날 기회를 얻은 것이다. 한 양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나선 사람은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은정민 변호사(33). 은 씨가 일하는 김앤장법률사무소는 1973년 설립돼 국내외 700여 명의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로펌이다. 한 양은 최근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있는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찾았다.》
○“변호사? 이젠 사법시험은 보지 않아도 돼요”

은정민 변호사가 나타났다. 그는 회의를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한 양의 질문이 시작됐다. “변호사가 된 계기는 뭔가요?”

“어렸을 때 법조인이 꿈이었어요. 정의를 위해 최전선에서 몸을 던지는 모습이 멋져 보였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연세대 경영학과에 진학했죠. 한동안 변호사의 꿈은 마음 한구석에 묻혀 있었어요. 그러다 대학 3학년 때 더 늦으면 오랜 꿈에 도전할 기회도 없을 것 같아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했어요.”

은 씨는 확실한 목표를 세웠다. ‘쉽지 않겠지만 딱 3년만 모든 걸 쏟아붓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막했다. 은 씨는 그동안 법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다. 법전에 쓰여 있는 한자를 읽는 일도 곤혹스러웠다.

이를 악물었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늘 책상 앞에 앉았다. 눈 뜨고 있는 동안은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길을 걸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화장실에서도 강의를 녹음한 테이프를 반복해 들었다.

꿈은 이루어졌다. 그는 2년 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거쳐 김앤장의 변호사가 됐다.

미래의 나를 만난 한 양이 물었다. “변호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법시험은 선발인원이 단계적으로 줄어들어 2017년에는 완전히 폐지돼요. 그 대신 법학전문대학원인 로스쿨(Law School)을 나와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어요. 변호사 자격시험 과목은 사법시험 과목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하지만 대학에서 꼭 법을 공부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로스쿨에 가서 법 공부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 거예요.”

○ 배낭 메고 떠난 여행…변호사 생활의 원동력

법률사무소는 병원으로 치면 종합병원에 가깝다. 전문의가 혼자 일하는 개인병원과 달리 다양한 전공을 가진 변호사가 팀을 이뤄 사건을 해결한다. 이 때문에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는 팀원과 회의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은 씨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주로 회의와 법률상담을 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저녁이 돼서야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서류를 작성한다.

은 씨는 “변호사는 겉보기에는 화려한 직업일지 몰라요. 하지만 백조가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물 밑에서 쉼 없이 발길질하는 것처럼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준비를 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변호사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한 양이 묻자 잠시 고민하던 은 씨가 대답했다.

“변호사는 말과 글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사람이에요. 판단력과 설득력은 변호사에게 중요한 자질 중 하나죠. 말주변이 없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인내심과 집요함도 필요해요. 사건에 필요한 증거를 찾기 위해 라면박스 몇 개 분량의 서류를 세심히 살피는 일도 많거든요. 갈수록 외국어 능력도 중요해지고 있어요. 법률시장이 개방돼 해외관련 일이 많아지면 의사소통이 잘되는 사람이 일을 하는 데 유리할 거예요.”

은 씨는 앞으로는 법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돕는 법률서비스가 주목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사로 치면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예방의학’에 가깝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법률 검토를 해주거나 회사 내부 시스템에 대한 자문을 하는 일 등이다. 한 양은 몇 번씩 반복해 읽어 꼬깃꼬깃한 질문지를 보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변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려요.”

“변호사가 하는 일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거예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중요하죠. 다양한 경험을 쌓으세요. 전 대학을 졸업하는 데 10년이 걸렸어요. 여행을 많이 다녔거든요. 한 학기 등록금을 털어 4개월 정도 유럽 배낭여행도 다녀왔어요. 티베트, 미국, 일본 등에서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독서로 간접경험을 쌓는 것도 좋아요.”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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