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중 선임병의 괴롭힘 때문에 정신적 후유증을 앓게 된 20대 남성에게 국가와 가해 선임병이 함께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제3단독 엄상섭 판사는 A 씨(22)와 그의 부모가 군 복무 시절 선임병 B 씨(22) 및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29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엄 판사는 판결문에서 “B 씨는 A 씨를 폭행하고 추행한 사건 사고의 불법행위자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B 씨가 구타 등 가혹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부대장 등 상급관리자들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사건이 발생한 만큼 국가 역시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월 13일부터 약 한 달간 강원 고성군 모 부대 숙소관리병으로 복무하던 중 선임병인 B 씨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B 씨는 “청소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 했다며 A 씨의 뺨을 때리는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A 씨를 폭행했다. 폭행에는 걸레자루 프라이팬 벽돌 아령이 동원됐다. 심지어 분리수거를 못했다는 이유로 1.5L 페트병에 들어있던 간장과 참기름 일부를 강제로 먹이고 숙소에서 두 차례 성추행까지 했다. B 씨는 A 씨에게 “다른 사람에게 가혹행위 사실을 알리면 너희 가족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결국 정신 및 행동장애 등 후유증을 앓다 같은 해 6월 의병제대했다. A 씨와 부모는 제대 직후 치료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약 63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가 후유장애로 5년간 노동능력의 26%를 상실했다고 보고 손해배상 판결했다. 선임병 B 씨는 폭행 사실이 적발돼 지난해 9월 고등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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