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해경님께”… 인천구치소 수감 中선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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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해경에 흉기 휘두른 것 매일 참회”내달 中어선 조업예정지까지 ‘귀띔’

14일 인천해양경찰서로 보내온 중국 선원 가오 씨의 편지. 4월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해경에 나포된 가오 씨는 편지에 “불법 월선으로 해경에 어려움을 끼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인천해경 제공
14일 인천해양경찰서로 보내온 중국 선원 가오 씨의 편지. 4월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해경에 나포된 가오 씨는 편지에 “불법 월선으로 해경에 어려움을 끼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인천해경 제공
“중국 어민들의 불법 조업을 지원해 한국 해경 관계자분을 위험에 빠지게 한 점을 깊이 사과드립니다.”

14일 인천해양경찰서에 한 중국인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편지 1통이 배달됐다. 겉봉투에는 한글로 수신인을 ‘인천해경 순찰과 담당자’로 적었다. ‘존경하는 해양경찰관님께’로 시작하는 A4 용지 1장 분량의 이 편지는 현재 인천구치소에 수감 중인 중국인 선원 가오(高)모 씨(38)가 보낸 것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참회의 편지였다.

가오 씨는 4월 인천 옹진군 백령도 앞바다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했다가 인천해경에 나포된 중국 둥강(東港) 선적 100t급 어획물운반선의 선원이었다. 이 운반선은 당시 대규모로 선단을 이뤄 한국 영해를 침범해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10여 척에 식량과 연료를 공급하며 어업활동을 도왔다.

인천해경이 단속에 나서자 운반선에 타고 있던 선원 23명 중 대다수가 경찰관에게 흉기 등을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해경에 단속될 경우 수천만 원에 이르는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가오 씨를 포함한 선원 4명은 해경이 현장에서 촬영한 동영상 채증자료 분석 결과 저항 행위가 심각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이어 5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가오 씨는 징역 10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가오 씨는 중국어로 쓴 편지에서 ‘저는 매일 반성하고 제 잘못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해경 앞에서 얼마나 사죄하고 싶은지 모른다’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그는 또 ‘8월에 내가 타고 있던 어선과 선적지가 같은 어선 300여 척이 집단으로 남한과 북한 영해에서 불법 조업에 나설 계획’이라는 정보도 넘겨줬다. 특히 조업이 예정된 구역에 대한 위도와 경도까지 상세하게 표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용이 정확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심판해 달라’며 ‘부디 저를 용서하고 믿어주시기를 희망한다’고 적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해경 단속에 극렬하게 저항하다가 검거된 중국 선원이 잘못을 뉘우치는 편지를 보내온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항소심을 앞두고 정상 참작을 바라는 행위로 볼 수도 있지만 뒤늦게나마 반성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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