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야생 꽃사슴인줄 알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축사 탈출한 2마리 엽총으로 포획… 불법 총포류 소지혐의까지 걸려

‘효도하려다(?)’

14일 새벽 한모 씨(53·자영업)는 전남 진도군 진도읍 한 마을 앞 농로에 서 있는 꽃사슴 2마리를 발견했다. 한 씨는 평소 사냥이 취미. 난데없는 ‘횡재’를 만난 그는 어머니 보약을 만들어 드리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승합차에서 엽총을 꺼내 꽃사슴을 포획해 차에 싣고 돌아갔다.

하지만 이 꽃사슴은 야생 사슴이 아닌 인근 주민 박모 씨(36)가 자신의 농장에서 키우던 것으로 이날 축사 구멍을 통해 탈출한 상태였다. 꽃사슴 2마리 값은 25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꽃사슴이 사라진 시간대에 동네 주변에서 총소리가 들렸다는 주민 제보를 토대로 축사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다. 이 CCTV 화면을 토대로 경찰은 한 씨의 차량을 확인하고 농축산물 절도 혐의로 한 씨를 검거했다. 한 씨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한 씨의 엽총과 공기총이 허가받지 않은 물건이라는 점이 들통 난 것.

한 씨는 “보약을 만들려고 고라니를 사냥하던 중에 야생 꽃사슴을 발견한 것으로 생각했다”며 “농로에 꽃사슴이 있는 것이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농장을 탈출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진도경찰서는 18일 사냥 장소 반경 1km 안에 산이 없고 주변에 소, 사슴 등의 축사 6곳이 있는 점을 감안해 한 씨를 특수절도와 불법 총포류 소지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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