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꿈을 위해 연기하는 “나는 시민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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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 서울문화재단 ‘참여형 독서프로그램’ 현장 가보니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동화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연극 연습 장면. 무대에 있는 배우들은 동화책을 읽은 독자들이다. 서울 문화재단은 책 한 권을 정해 연극으로 만들고 독자를 배우로 참여시키는 독서 프로그램 ‘나는 시민 배우다’를 운영하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동화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연극 연습 장면. 무대에 있는 배우들은 동화책을 읽은 독자들이다. 서울 문화재단은 책 한 권을 정해 연극으로 만들고 독자를 배우로 참여시키는 독서 프로그램 ‘나는 시민 배우다’를 운영하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연극에 참여할 ‘시민 배우’를 모집합니다.” 두 달 전 웹디자이너 이선민 씨(22·여)가 우연히 들른 서울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나는 시민 배우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배우 모집 공고였다. 처음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차츰 그의 머릿속에는 ‘배우 모집’ 문구가 맴돌기 시작했다. 》
10년 전 초등학교 시절 연극반 활동을 했지만 배우는 남의 일처럼 여겼던 그였다. 문득 지난해 24박 25일 국토 대장정을 하며 “적극적으로 살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감히 내가…”라고 느꼈던 마음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로 바뀌었다. 이 씨는 컴퓨터 키보드로 작성해도 될 자기소개서를 직접 손으로 꾹꾹 눌러 썼다. ‘절실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자필 자기소개서에 담긴 진심이 전해졌을까. 이 씨는 오디션을 통과해 시민 배우로 최종 선발됐다.

○ 초등학생부터 출판사 대표까지

‘나는 시민 배우다’는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문화재단이 올해 처음 마련한 독서 프로그램이다. 책 한 권을 정해 이를 연극으로 만들고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을 연극배우로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올해 선정된 작품은 작가 김남중 씨의 장편 동화 ‘불량한 자전거 여행’. 이혼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말기 암 환자, 예비 초등학교 교사 등 저마다 사연을 가진 군상(群像)이 자전거 여행을 통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시민 배우로 뽑힌 사람들은 학생팀(11명), 성인팀(17명) 등 모두 28명.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초등학생부터 30, 40대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대부분 연기의 ‘연’자도 모르는 왕초보들. 그러나 14일 오후 정독도서관 강당에서 연습하고 있는 이들의 표정만큼은 여느 유명 배우 못지않게 진지했다.

이 씨와 함께 성인팀에 뽑힌 출판사 대표 백정필 씨(38). 백 씨는 말기 암을 앓고 있는 40대 환자 ‘배병진’ 역을 맡았다. 그는 “암 환자의 감정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호스피스들이 병상에서 죽어가는 환자 수백 명을 인터뷰해 엮은 책 ‘인생수업’을 보며 연구했다”고 말했다. 주인공 ‘신호진’의 아버지 역을 맡은 조현명 씨(25)는 “명동이나 대학로 등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 가서 바쁜 사람, 피곤한 사람, 짜증내는 사람 등 행인들의 다양한 표정을 본다”고 말했다.

○ 꿈을 위해 연기하는 사람들

안호상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보고 즐기는 예술에서 ‘참여형 예술’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라고 말했다. 시는 앞으로 ‘나는 시민 배우다’를 연중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은 배우가 되고자 하는 마음보다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고 싶어 했다. “연기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 “소극적인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매너리즘에 빠진 인생에 자극제가 됐다” 등 연극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찾는 데 만족하고 있었다.

10대 청소년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학원을 포기시키면서 딸을 연극무대로 보낸 손정민 씨(38)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연극을 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두 달 동안 연습을 해 9월 18일 종로구 사직동 어린이도서관을 시작으로 24일 정독도서관, 25일 종로도서관까지 종로구 내 도서관 3곳을 돌며 공연을 한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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