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구타와 기수열외, 폭언 등 가혹행위를 한 병사에 대해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떼고 다른 부대로 전출시키는 등 고강도 대책을 추진한다.
해병대는 18일 경기 김포시 해병 2사단 필승관에서 열린 ‘해병대 병영문화혁신 대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병영문화혁신대책을 일부 공개했다. 해병대는 총기사건 등의 원인으로 △구타 가혹행위 등에 대한 관대함 △소통 단절 등 뒤떨어진 간부 의식 △군 기강 해이 △리더십 미흡 △무사안일주의 △경계 강화로 인한 피로 누적 등을 꼽았다.
해병대는 병영문화혁신대책으로 중대 규모 이하 부대에서 구타와 폭행 등이 과도하게 발생하면 해당 부대를 해체하고 재창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수열외 등으로 논란이 빚어진 해병대 특유의 기수 문화도 정밀 진단해 새로운 형식의 기수 개념을 세울 방침이다. 또 구타 가혹행위 등 악·폐습 척결에 대한 전 장병의 이행각서를 받고 이를 위반하면 명령위반죄로 엄중 처벌할 방침이다. 병영생활수칙, 신상관리체계 개선 등 22개 혁신과제도 추진한다.
그러나 해병대의 대책은 △장병 의식 전환 △신(新)병영문화 조성 △병영 부조리 척결 △작전기강 확립 등 원론적인 대책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나마 구체적인 실행 방안인 빨간 명찰 회수는 해병대가 합법적으로 따돌림 문화를 조장한다는 우려를 가져올 수 있다. 사고 부대 재창설 방안도 사령관 권한으로 가능한지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계급사회인 군대에서 새로운 형식의 기수 문화를 얼마나 만들어 낼지도 미지수다. 해병대가 총기사건 이후 해병 2사단 병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25%는 여전히 얼차려 등에 대해 “필요하다”고 답했다. 총기사건 이전에는 4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구타와 가혹행위는 식민지시대의 잔재이자 노예근성이다. 나는 이것을 범죄행위로 규정한다”며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토론에는 해병대 병사 4명과 해병 2사단 작전범위에 있는 육해공군 병사 각 1명이 참가했다.
해병 1사단의 신현진 상병은 “기수가 순기능도 있는 반면 갈등을 유발하고 지휘체계 문란,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한다”고 지적했다. 해병 6여단의 김기완 상사는 “해병대 전통이 위계질서를 위한 악습으로 변질됐다. 문제점을 알고도 척결 의지가 부족했다”고 자성했다. 주한미군의 제롬 드리스콜 해병대 부사령관은 “젊은 해병을 명예롭게 대우하지 않으면 전장에서 선봉에 설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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