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 도양읍 국립소록도병원 본관 로비에서 19일 개막한 ‘소록도―행복한 웃음으로 피어나다’전의 출품작들은 서툴고 소박하면서도 동화 속 이야기처럼 밝고 순수하다. 검정 뿔테안경을 쓰고 환하게 웃는 자화상도 있고(정태식 씨), 웃는 얼굴로 춤추는 사람도 보인다(박필순 씨). ‘기적’ ‘가족’ ‘나는 행복해요’라는 문구를 담은 작품도 눈에 들어온다. 사군자를 배운 뒤 매화와 난초 등을 한국화 물감으로 그려낸 부채 작품도 여럿 나왔다. 나뭇가지와 모래, 조개껍데기 등 소록도에서 흔하게 보는 재료들을 사용해 작품 하나하나가 친근하고 정겹게 다가온다.
환자들을 가르친 서남수 화백은 “남들에겐 어찌 보일지 몰라도 일그러진 손에 붓을 매달아 색칠하거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적극적으로 참여해 완성한 작품들”이라며 “이들이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은 떠들썩하고 즐거운 축제 분위기로 펼쳐졌다. 환자들과 주민 모두 주인공이었다. 축하 시 낭송도, 하모니카 연주도, 테이프 커팅도 다 환자들의 몫이었다.
자신과의 또 다른 소통의 기회이자 지나온 아픔을 치유하는 시간을 담아낸 작품들의 울림은 깊고 길었다. 미술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 예술이 삶을 예술보다 흥미롭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 전시였다.
전시에 참여한 소록도 주민 강창석 씨(시인)는 “우리가 살아온 세월의 아픔을 돌아보게 하고 기쁨과 환희를 맛보게 해준 기회였다”며 뿌듯한 표정으로 자작시 ‘우리’를 들려주었다.
‘내가 당신을 알고 /당신이 날 알면 /살가운 정이 들고/당신의 아픔을 알고/손 잡았을 때/우리가 되어 다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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