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대구시 2011 스타기업 지정서 수여식’에서 김범일 대구시장으로부터 지정서를 받은 최고경영자(CEO) 15명 가운데 눈길을 끈 CEO가 있었다. 주인공은 ㈜애플애드벤처 장기진 대표(28·수성구 범어동)다. 김 시장은 장 대표의 손을 잡고 “대구의 기업가 정신을 살려달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대구스타기업에 선정되는 것은 쉽지 않다. 대구시가 유망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2007년 도입한 스타기업은 지정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차별화와 성장 가능성을 보증하는 것이다.
20대인 장 대표가 경영하는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애플애드벤처는 이제 3년 된 병아리 기업이다. 수십 년 역사의 기업도 받기 어려운 스타기업에 선정된 것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거의 맨손으로 기업을 세우고 열심히 키우는 모습이 대구의 기업가 정신 모델이라는 것이다. 21일에는 중소기업청이 주는 모범중소기업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대구경북첨단벤처기업연합회의 산업대상과 지식경제부의 청년기업가상을 받기도 했다.
대구 중구 동인동 KT빌딩 10층.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 정원처럼 내려다보이는 곳이 애플애드벤처의 보금자리다. ‘애플(사과)’은 대구 경북의 상징 과일이어서 장 대표가 회사 이름에 넣었다.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하고 쾌적한 느낌을 주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은 48명. 2009년 매출 59억 원을 시작으로 지난해는 180억 원, 올해 목표는 300억 원가량이다. 창사 초기에 비해 직원도 7배 늘었다. 올 2월 중소기업중앙회의 고용우수 중소기업상을 받은 이유다. 2008년 10월 2명이 뜻을 모아 회사를 차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고교생 때까지 야구를 좋아했던 장 대표는 체육교사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다 연습 중 다치는 바람에 포기하고 대구한의대 보건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2년가량 쇼핑몰에서 일하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가능성에 눈을 떠 포털사이트의 광고대행을 하면서 마련한 5000만 원을 종잣돈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그는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쇼핑몰 소프트웨어는 기본이고 고객의 신뢰를 얻는 정직하고 성실한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이겨내려는 뚝심에서 나온 도전정신도 큰 자본이었다.
장 대표는 다음 달 초 대구 동성로에 패션숍을 연다. 온라인에서 쌓은 실력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해 ‘패션도시 대구’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운영팀 윤영선 실장(34·여)은 “애플애드벤처와 내 삶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며 “세상에서 가장 큰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사무실 한쪽 구석에는 직원용 음료수 판매코너가 있다. 마신 뒤 사원증을 인식기에 대면 자동으로 몇백 원씩 적립된다. 어느새 300만 원가량 쌓였다. 연말까지 모아 복지시설에 기부할 예정이다. 창고에도 복지시설에 선물할 신발과 옷이 가득 쌓여 있었다. 연구업무를 맡고 있는 황재호 씨(27)는 “8개월 전 입사 때는 회사가 나에게 어떤 복지를 주는지부터 생각했는데 지금은 회사와 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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