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강원지역본부 설비보전팀에서 일하는 이재복 씨(28)는 올해 1월 신입공채로 입사했다. 2001년 충남 천안공고를 졸업한 후 중소기업에서 줄곧 전기설비 일을 하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다. 대학을 나오진 않았지만 현장에서 익힌 실무경험과 전문지식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이 씨는 “전문계고를 간 것은 나의 선택이었고 열심히 노력하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며 “전기 분야에서는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매년 20명씩 전문계고 출신을 따로 뽑고 있는데, 일도 잘하고 무엇보다 업무자세가 적극적”이라며 “이런 인재만 온다면 앞으로 전문계고 출신을 안 뽑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가운데 전문계고 출신을 두 자릿수 이상 선발하는 곳은 가스공사가 유일하다.
1, 2명이지만 전문계고 직원을 채용한 공공기관들은 이들의 업무성과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실전감각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광물자원공사는 2009년부터 사회적 약자 배려 차원으로 ‘1사 1교’ 멘토링 협약을 체결한 서울 덕수고에서 매년 2명씩 정규직 사원을 뽑고 있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학교장 추천을 받아 선발하는데, 성적도 좋고 업무성과도 뛰어나 회사로선 대단히 흡족하다”고 했다. 전기안전공사는 2009년에 전문계고 출신 1명을 선발했고, 이에 앞서 2005∼2006년에는 10여 명을 선발했다. 이 회사는 공고 전기과 졸업 후 실무경력을 2년 쌓으면 전문대를 졸업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회사 측은 “전문계고 출신은 대부분 실무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졸자보다 현장 적응이 빠르다”고 말했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부산에 본사가 있는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부산지역 여상의 추천을 받아 경리직원 1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상당수 공공기관이 전문계고 출신들에게 취업의 문을 닫아놓고 있지만 공공기관들이 처음부터 전문계고 출신을 기피한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많은 공공기관이 고졸 공채제도를 유지했고, 이들 가운데 두각을 나타낸 전문고계 출신 인재는 부장급까지 승진하기도 했다. 1992년까지 고졸 공채를 실시한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당시 상고 출신들이 주로 응시했는데 회계, 논술, 면접 등을 통해 선발했다”며 “일을 잘했던 일부 선배는 1급 실장까지도 올라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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