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계高 어깨 펴주자/고졸 취업난 해법찾기]<1>마이스터高가 대안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5일 03시 00분


기업과 직업교육 ‘짝짓기’… 재학생 64% 졸업후 취업 예약

《 “애들이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걸 보면 무서울 정도라는 얘기를 교사들이 자주 합니다. 학생들 키우는 맛이 납니다.” 인천전자마이스터고 박영조 교장은 이 학교가 마이스터고로 전환되기 전인 인천전자공고 시절에도 교장이었다. 전에는 중학교 내신성적이 하위 10% 수준의 학생들이 들어왔지만 마이스터고로 전환된 지난해에는 상위 35%대, 올해는 상위 25%대가 입학했다. 우수 학생들이 인문계고 대신 마이스터고를 택했다는 얘기다. 》
○ 취업 유형대로 집중 교육

마이스터고인 서울 수도전기공고 실습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모습. 기술 명장을 기르기 위해 지난해 출범한 마이스터고는 침체된 국내 직업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도전기공고 제공
마이스터고인 서울 수도전기공고 실습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모습. 기술 명장을 기르기 위해 지난해 출범한 마이스터고는 침체된 국내 직업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도전기공고 제공
인천전자마이스터고 1학년 학생들은 이번 방학에 필리핀으로 20일간 어학연수를 떠났다. 기능 명장을 기른다는 마이스터고에서 어학연수를 간 이유는 해외 취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캐나다의 기업과는 내년에 30명을 취업시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려고 협의 중이다.

이 학교는 해외취업형 창업형 기술인재형 기능영재형 등 4개 유형으로 방과후수업을 진행한다. 창업 관련 전문가와 기술 명장이 특별 강연을 마련하고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세계 기능경기대회 수상자를 초청한다.

지역의 관심도 뜨겁다. 이번 방학에 중3 학생을 대상으로 마이스터고를 체험할 수 있는 기능영재학교를 열었다. 학교당 3명씩 추천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지원자가 몰리면서 10명 이상 지원한 중학교도 있었다. 중학생 300여 명이 4일간 전자시계 만들기, 전자피아노 조립 등의 활동을 체험했다.

마이스터고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풍족하기 때문이다. 마이스터고 전환을 위한 시설비는 물론이고 개교 후 3년간 6억 원을 정부가 지원한다.

학교 유형상 ‘자율학교’로 분류되는 마이스터고는 교육과정이 일반 특성화고(옛 전문계고)보다 자유롭다. 하루 종일 실습을 하는 등 학교마다 특성화 분야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다.

○ 직업교육의 몰락


마이스터고가 직업교육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성공이라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마이스터고의 성공은 졸업생의 취업률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출범 2년째라 아직 졸업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특성화고 취업률은 최근 10년간 급격히 하락했다. 2001년 특성화고 졸업생 중 취업자는 53.7%, 대학 진학자는 39.7%였다. 2010년에는 취업자가 19.2%로 줄어든 반면 진학자는 71.1%로 급격히 늘었다.

특성화고 수도 해마다 줄어든다. 2001년에는 775곳이었지만 2010년에는 692곳이 됐다. 인문계고로 전환되거나 폐교되면서 모집 정원은 매년 감소 추세다. 입학 경쟁률은 1 대 1을 간신히 채우는 상황이다.

취업을 한 뒤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9세 이하 특성화고졸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인원이 52.5%(24만8000여 명)로 정규직보다 많았다.

또 2000∼2009년 특성화고 졸업자의 분야별 취업 현황을 분석해 보면 사무직과 전문직의 비중은 계속 감소하는 반면 서비스업 비중만 늘어났다. 전문 기능을 살릴 길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 기업과의 짝짓기 성공열쇠 되나

마이스터고가 ‘특성화고의 몰락’ 상황에서 높은 취업률을 기록할 수 있을지는 교육계의 큰 관심사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마이스터고는 기업과의 ‘짝짓기’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학교는 졸업생의 취업을 보장받을 수 있고, 기업은 현장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맞춤형 인재를 찾을 수 있다.

이미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등 1330개 기업이 마이스터고의 취업 및 교육과정 지원을 약속했다. 취업을 약속한 인원은 총 2309명으로 한학년 재학생 3600명의 64%에 이른다.

예를 들어 삼성중공업은 거제공고와 조선 분야 마이스터를 육성하기로 산학협력 협약을 했다.

현대중공업도 마이스터고 10곳과 산학협력을 맺고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자나 기술 우수학생 등을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향후 10년간 매년 100명씩 모두 1000명을 마이스터고 등 특성화고 출신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충북반도체고와 협약을 맺고 전 교사를 대상으로 4개월간 전문성 향상을 위한 장기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구미전자공고는 LG이노텍,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 48개 산업체와 협약을 맺고 ‘산학 맞춤형’ 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교장공모제로 교장을 뽑는 마이스터고에는 산업체 출신 교장도 적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경력과 인맥을 학교 교육에 활용한다.

대전 동아마이스터고 위성욱 교장은 삼성전자 상무 출신이다. 이 학교는 올 초 삼성LED와 졸업생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학교는 삼성LED의 요청을 받아 이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방과후수업인 ‘삼성LED 인재양성반’을 운영한다.

부산자동차고 이승희 교장은 르노삼성자동차 부사장을 지냈다. 르노삼성차는 부산자동차고에 완성차 20대 등 10억 원 상당의 교보재를 제공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 마이스터고 ::


기술 명장을 길러낸다는 취지로 기존 특성화고가 전환한 학교로 2010년 전국 21곳이 개교했다. 수업료와 입학금 등이 전액 면제되고 졸업 후 취업할 경우에는 군복무를 최대 4년 연기할 수 있는 등의 혜택이 있다. 전국에서 지원할 수 있으며 학교마다 특성화 분야에 따라 자유로운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 특성화고 ::

과거에는 전문계고 중에서 특정 분야의 특성화를 목표로 하는 학교를 ‘전문계 특성화고’로 지정했지만 2010년부터는 모든 전문계고 명칭을 특성화고로 통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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