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남편 회삿돈 5억 빼내 교회 헌금

경찰, 아내 사기혐의 구속

전남 순천시 한 금융기관에 근무하던 김모 씨(54·여)는 지난해 12월 24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한 고객 통장에 들어있던 예금을 자신이 다니던 교회 A 목사(54)의 부인 정모 씨(45)의 통장으로 이체했다. 6일간 5000만 원에서 1억 원씩 모두 10차례에 걸쳐 총 5억 원을 이체했다. 이 예금은 자신의 남편(54)이 운영하는 회사의 사업자금이었다. 김 씨의 남편은 뒤늦게 부인이 근무하는 금융기관에 맡겨놨던 거액의 사업자금이 임의로 헌금된 것을 알고 고소해 경찰이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27일 남편 회사 법인통장 예치금 5억 원을 무단 인출한 혐의(사기)로 김 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김 씨가 헌금한 5억 원을 개인용도로 쓴 혐의(횡령)로 A 목사의 부인 정 씨를 구속하고 A 목사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A 목사 부부가 김 씨가 헌금한 5억 원을 교회를 위해 쓰지 않고 전자제품이나 고가 의류를 구입하는 데 모두 쓴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A 목사 부부는 김 씨가 헌금한 5억 원을 개인적 용도로 써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문제가 불거진 5억 원 외에도 수억 원을 더 헌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 남편은 부인이 사업자금을 마음대로 헌금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