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 연일 퍼붓는 ‘물 폭탄’은 중국 남·동중국해의 따뜻한 수증기가 ‘하층 제트기류’를 타고 경기도 서쪽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기상청 분석이 나왔다. 집중호우는 일반적으로 단시간에 많은 비를 퍼붓고 사그라진다. 구름을 이루던 수증기가 빗방울이 돼 지상에 떨어지며 세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26일 오후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는 그치지 않고 있다. 어디선가 따뜻한 수증기가 계속 유입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27일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는 강한 남서풍(하층 제트기류)을 타고 계속 한반도로 유입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층 제트기류는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의 기압골을 따라 약 3km 높이에서 초속 10∼12.5m로 빠르게 부는 바람으로 10km 상공에서 부는 상층 제트기류와는 다르다.
수분을 머금은 따뜻한 하층 제트기류는 저기압 상부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나 차가운 상층 제트기류를 만나면 급격히 상승하며 거대한 비구름을 만든다. 이때 좁은 지역에 많은 비를 퍼붓게 되는데 이번 집중호우도 같은 원리로 발생했다. 한상은 기상청 예보기술팀 주무관은 “26일 시작된 집중호우는 남·동중국해의 수증기가 하층 제트기류를 타고 한반도로 온 뒤 경기도 부근에서 찬 공기를 만나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하층 제트기류는 우리나라 집중호우 발생 원인의 56%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중부지방에 집중된 비가 28일까지 계속되는 이유도 서남쪽에서 불어오는 하층 제트기류의 경로가 바뀌지 않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한반도 주변에는 거대한 공기 덩어리 3개가 자리 잡고 있다. 동남쪽에는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서북쪽에는 차고 건조한 저기압, 동북쪽에는 차고 습한 고기압이 있다. 그런데 동북쪽 사할린 부근에 있는 고기압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을 막고 있다. 한 주무관은 “대개 7월 말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며 무더위가 찾아오는데 올해는 동북쪽의 고기압이 변수로 작용했다”며 “공기 덩어리의 전체적인 흐름이 정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비가 많이 오는 현상이 최근 수년간 지속되고 있어 ‘장마’ 대신 아열대 지방에서 나타나는 ‘우기(雨期)’를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아일보가 2000∼2010년 장마 기간(6월 말∼7월 중순) 중부지방의 강수량과 장마 기간을 제외한 6∼9월 중부지방 강수량을 비교한 결과 장마철 외의 기간에 더 많은 비가 내린 경우가 11년 동안 7번이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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