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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산사태와 함께 무너져내린 60년지기 동창 부부 5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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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8 16:19
2011년 7월 28일 16시 19분
입력
2011-07-28 13:06
2011년 7월 28일 1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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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산사태 현장. 연합뉴스
"물에 젖어 차디차게 식어버린 아내의 손길이 잊히지 않아요."
염모(70) 부부가 산사태로 10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금동계곡으로 부부 동반 모임을 온 것은 지난 27일 오전.
초등학교 동창 부부 5쌍이 여름 물놀이를 겸해 월례모임을 갖기 위한 자리였다.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초등학교를 함께 다니며 쌓은 우정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 꼭 만날 만큼 돈독한 사이였다. 이들은 이날 물놀이를 일찍 끝내고 펜션에 머물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후 8시30분께, 갑자기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시뻘건 흙더미와 소나무가 벽을뚫고 순식간에 밀려와 피할 새도 없이 마당까지 휩쓸고 나갔다.
염씨 등 7명은 흙더미를 비집고 겨우 빠져나왔다. 눈, 코, 입 모두 흙투성이였다.
그러나 염씨의 아내 문모(68.여)씨 등 3명이 보이지 않았다. 때마침 "살려달라"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염씨의 아내 문씨 등 2명이 성인 남자 몸통만한 소나무와 흙더미에 깔려 있었다.
염씨와 친구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돌볼 틈도 없이 맨손으로 소나무 가지를 꺾고흙을 파내 이들을 꺼냈다.
문씨는 "소나무가 가슴을 때린 것 같다. 너무 힘들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염씨는 흙으로 범벅된 아내의 얼굴을 닦아내고 조심스레 물을 먹였지만, 아내는 이마저도 피와 함께 토해냈다.
펜션은 전쟁터를 방불케 해 아픈 이를 뉘울 공간조차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갖고 간 휴대전화는 모두 먹통이었다.
전기마저 끊겨 사방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민박집 주인이 오후 9시15분께 목숨을 걸고 마을로 내려가 119구조대에 신고했다.
그동안 염씨는 아내의 손을 꼭 쥔 채 함께 비를 맞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두 시간여가 흐른 오후 11시30분께 문씨는 다시는 말이 없었다.
이들은 산사태가 또 덮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3시간을 더 어둠 속에서 기다렸다.
금동계곡에서 10㎞ 떨어진 갈월리 부근 도로가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에 덮여 119구조대도 발이 묶였다.
재해당국이 중장비를 이용해 도로를 복구한 뒤인 28일 오전 2시30분께나 돼서야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다른 염모(68.여)씨는 현장에서 숨졌고 일행 10명중 문씨 등 2명은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끝내 숨을 거뒀다.
생존자 7명은 포천의료원과 우리병원에서 치료받으며 5시간여의 악몽에 치를 떨었다.
디지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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