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취수원 이전 마찰 뒤의 ‘대구 중심주의’

  • Array
  • 입력 2011년 7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이권효 기자
이권효 기자
대구시가 수돗물 취수원을 낙동강 상류인 경북 구미시로 이전하려는 사업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타당성 조사 결과를 내놓자 대구시와 시의회가 “졸속 조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는 “시민의 건강권과 생존권을 위한 일인데 경제성을 강조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구미시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구미시 관계자는 “대구시가 이를 계속 추진한다면 더 큰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의회는 지난달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을 반대하는 특별결의안을 낸 적이 있어 이 문제는 자칫 대구시와 경북도의 싸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10년 동안 식수와 공업용수 등 물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끼리 다투는 경우가 경남도와 부산시의 남강댐 물 사용 갈등 등 전국적으로 50여 건 발생했다. 이 중 매끄럽게 갈등을 해결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지역 갈등으로 남아있다.

대구시는 2009년 2월 취수원을 안동댐 쪽으로 옮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없던 일’이 되자 지난해 8월 구미 쪽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두 가지 모두 경북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추진했다. 이러니 경북이 속으로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다. 대구시가 당연하게 여기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은 부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기본’에 대구시는 둔감했다. 대구 취수원 이전은 정부 계획이긴 하지만 구미시가 반대하면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하다.

대구시는 대구를 ‘영남내륙의 중심도시’라고 표현한다. 대구시에는 경북의 주요 도시인 구미 안동 경주 포항 등을 대구시에 딸린 지역쯤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에 대해 경북도에는 ‘대구는 경북 안에 있는 작은 섬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있다. 지역끼리 심각한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사태가 일어나면 정부도 중재나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대구시는 대구 중심주의나 우월주의를 버리고 구미시 및 경북도와 머리를 맞대야 작은 실마리라도 풀 수 있을 것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