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인천 중구 신흥동 인하대병원 장례식장. 강원 춘천시 펜션 산사태로 숨진 성명준 씨(20·인하대 생명화학공학부 1년)의 영정을 힘없이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 성동모 씨(49·인천시 공무원)는 비통함에 젖어 있었다. 조문객들을 맞고 있었지만 서 있기조차 힘든 모습이었다.
“아이고, 이 일을 어째∼. 우리 명준이….”
조문을 온 친인척들이 명준 씨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통곡을 할 때도 고개 숙인 아버지는 안경 밑으로 흐르는 눈물을 소리 없이 훔치고만 있었다. 생을 달리한 아들에게 슬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는지 그는 참고 또 참았다.
명준 씨는 4대 독자였다. 귀한 아들을 잃었다는 것보다 아버지를 믿고 따르던 사랑스러운 아들을 더는 볼 수 없다는 게 더 가슴 아팠다. 그는 “조문객을 맞아야 하니 이해해 달라”며 인터뷰도 거절했다.
남을 배려하는 성격이 그를 캠프로 이끌었다. 새내기 대학생이지만 남을 가르치는 일에 큰 관심을 가졌다. 조문을 온 같은 과 친구 이호범 씨(20)는 “명준이는 동아리(아이디어뱅크)와 관련된 일에 항상 적극적이었고 책임감이 강했다”며 “1학기를 마칠 무렵 명준이가 ‘여름방학 때 춘천에서 과학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다’고 자랑했는데…”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음이 통해 가장 친한 친구가 됐는데 너무 가슴 아프다”고 했다.
외할아버지인 박용노 씨(69)도 외손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비통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박 씨는 어릴 때부터 왼쪽 눈 시력이 나빴던 명준 씨를 서울 강남에 있는 병원까지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치료를 받게 했다. 그는 “좋은 대학에 자신이 좋아하는 학과에 합격해 등록금도 대주고 양복이랑 구두까지 사줬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씨는 “캠프를 떠나기 전 용돈으로 준 5000원권 지폐 2장이 유품인 지갑에서 흙 묻은 채로 발견됐을 때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라며 “5월 집에 찾아와 ‘대학 생활이 정말 재밌다’며 환하게 웃던 마지막 모습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한편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인하대에는 28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비롯해 1000여 명이 조문했다. 이 장관은 “봉사활동 중에 산사태로 참변을 당한 학생들의 명복을 빈다. 사회봉사를 향한 열정과 숭고한 뜻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28일 오후 강원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 전주수 춘천시 부시장을 만나 산사태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유족들은 사고가 난 펜션의 인허가 적법성 문제를 제기했다. 산 위에 남아있는 군부대 포진지에 물이 고여 있다가 둑이 무너지듯 일시에 터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 지사는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했던 상천초교나 사고 현장에 추모비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족들이 추천하는 인사가 포함된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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