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기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삼육재활센터 내 병원 간호부장 김은미 씨(49·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전날 광주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곤지암천이 범람한 순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숨진 전모 씨(61)를 떠올렸다. 하반신 마비 환자인 전 씨는 당시 부인과 함께 재활운동을 하고 샤워실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 부인은 남편을 구하지 못한 채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
나머지 환자 300여 명과 학생 노인 등 장애인 600여 명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신속하게 대피해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김 씨는 “물이 축대 위로 넘실대 일단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대피시켰다”며 “나중에 한 명이 없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폐허로 변한 시설 복구에 나서야 했다. 삼육재활센터 1층의 치료 및 재활시설은 흙과 나무 풀이 뒤섞여 완전히 황폐화됐다. 값비싼 의료기구와 생산설비가 있는 재활치료실과 재활작업실을 비롯해 식당 화장실 등지는 모두 진흙탕으로 변했다. 지하 1층의 장례식장은 천장까지 물이 찼다. 센터 측은 일단 암환자 등 당장 치료가 급한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또 재활학교는 이날부터 여름방학이었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센터에 계속 머물고 있다. 이들은 수도가 끊기고 식당마저 물에 잠겨 당장 먹고 씻는 데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 경찰 군인 등 300여 명의 지원인력이 배수와 청소 등을 돕고 있지만 완전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오식 이사장(60)은 “인명 피해가 크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시설 피해가 워낙 심각해 걱정”이라며 “어느 정도 복구되려면 최소 한 달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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