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현실화되는 경제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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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9일 03시 00분


수입차 대거 침수 손보사 울상… 열무값 하루새 90% 치솟아

침수차량 견인 28일 오후 올림픽대로 침수로 물에 갇혀 있던 차량을 견인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서울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전날 오후 여의도와 지하철 1호선 대방역 사이 올림픽대로가 침수되면서 많은 차량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침수차량 견인 28일 오후 올림픽대로 침수로 물에 갇혀 있던 차량을 견인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서울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전날 오후 여의도와 지하철 1호선 대방역 사이 올림픽대로가 침수되면서 많은 차량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사흘간 무섭게 내린 폭우의 위력은 컸다. ‘대한민국 경제중심’ 수도권에 26일 오후부터 28일까지 집중 폭우가 내리면서 제조, 물류, 금융, 건설, 유통 등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산업 생산 및 경제활동이 차질을 빚으면서 경기 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27일 1.5kg 한 단에 1500원이던 열무 값이 28일 한때 2850원 이상으로 90% 넘게 치솟는 등 주요 채소와 과일의 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 물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 건설·부동산 업계 발 동동

비 때문에 일손을 아예 놓은 건설공사 현장은 공사기간 지연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계속되는 폭우로 일부 공사현장은 한 달째 ‘개점휴업’ 상태다.

A건설사 관계자는 “원래 여름 장마철에는 작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많은데 올여름은 다른 때보다 비가 더 많이, 자주 와서 공사 기간이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도 “특히 아파트 공사는 입주시기가 정해져 있는데 완공 날짜를 제대로 맞추는 게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했다.

장기 침체로 거래가 뜸했던 주택시장은 ‘물 폭탄’에 더 위축된 모습이다. 서울 서초구의 에덴공인중개사 황은정 실장은 “장마가 계속되다 보니 집을 보러 온다던 손님들이 계속 날짜를 미루고 있다”며 “불경기에 휴가철이라 매매가 적은데 비까지 이렇게 오니 문의 전화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금융계도 비 피해를 비켜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사흘간 집중된 폭우로 7개 시중은행의 영업점 가운데 총 97개 지점이 정전과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으며, 이 중 23개 점포가 긴급대피 등으로 27일 영업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28일 대부분의 영업점이 정상복구됐지만 이날 경기 광주시 초월농협 지월지점은 전체 사무실이 물에 잠겨 전산 단말기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 지월지점 측은 다음 주에나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27일 원주∼제주, 김포∼울산 구간 등에서 국내선 5편의 운항이 취소되는 등 전국에서 국내선 10편이 결항됐다.

○ 중소기업도 피해, 손해보험사 울상

경기 파주출판단지 내 A출판사의 옹벽이 붕괴되고 한국캐릭터산업협동조합 소속 B업체의 경기 광주 직영물류센터가 침수되는 등 중소기업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에 27일 오후 지원대책단을 긴급 구성하고 공제기금을 통해 복구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식탁 물가는 이번 폭우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았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8일 가락동 도매시장 농산물 경매 결과, 무와 시금치 배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하루 만에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배는 이날 상품(上品) 15kg 1박스가 8만3331원에 거래돼 전날 5만1875원보다 60.6%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16.3% 폭등한 수치다. 얼갈이배추, 쑥갓, 열무 등도 각각 19.6∼90.2%의 오름세를 보였다. 28일 오후 1시까지 농식품부 재해상황실에 보고된 총 농업 피해 면적규모는 760ha로 27일 오후 1시 기준(83ha)에 비해 8배가량 늘었다. 유통업계에서는 특히 침수 피해가 컸던 서울 강남지역 지점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27일 무역센터점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7월 넷째 주 수요일) 9% 하락하면서 올 들어 첫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전국 지점 매출은 7.8% 떨어졌지만 강남점은 12.5%의 큰 하락세를 보였다.

폭우로 서울 강남지역의 고급 수입차들이 대량으로 물에 잠기면서 손해보험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벤츠, BMW 등 대당 가격이 1억 원 이상인 수입차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보상액도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오후 3시 현재 5839건의 차량침수 사고가 접수됐으며, 피해보상액은 약 4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 서초 지역에 폭우가 집중되면서 침수 피해를 본 수입차만 500대를 넘을 것으로 손보업계는 추정했다. 이번 침수 피해로 이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3∼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경제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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