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에도 등장하는 명품 숲… 400년 넘은 비자나무 2800그루
올해 방문객 20만명 예상
숲에 들어서자마자 후텁지근한 기운은 사라지고 상큼하고 자극적인 향기가 코 주위를 맴돈다. 심호흡을 하자 폐 속에 숨어 있는 찌꺼기가 밖으로 나오고 신선한 공기가 온몸을 꽉 채웠다. ‘천년의 숲’에 ‘천년의 향기’가 감도는 느낌이다.
비자나무가 1000년을 이어온 제주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비자림(榧子林)’. 28일 찾은 비자림에는 피서객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며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비자림 탐방객은 2007년 10만20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방문객이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주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비자나무 숲 초입에선 ‘100년 전 벼락 맞은 비자나무’가 반겼다. 문지르면 피부병 등에 좋다는 안내 때문인지 탐방객 몇 명이 열심히 나무를 만졌다. 대추처럼 생긴 초록 열매는 열매 속 땅콩처럼 생긴 씨앗을 과거 구충제로 먹거나 기름을 짰다.
숲 가운데로 들어가면 비자나무 크기가 달라진다. 어른 2명이 안아도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큰 나무. 나무를 감쌀 정도로 넓게 퍼진 이끼와 콩짜개덩굴이 세월의 흐름을 알려준다.
비자나무 두 그루가 붙어 한 몸으로 자란 ‘연리목’을 지나면 숲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새천년 비자나무’가 나타난다. 2000년을 맞아 이름을 붙인 이 나무의 실제 수령은 820년가량. 비자림 최고령 터줏대감인데 엄숙해질 정도로 신령스러운 느낌을 준다.
비자림 탐방로는 길이 1.8km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거리. 올해 탐방코스 1km가 추가로 만들어진다. 비자림 전체 면적은 44만8165m²(약 13만5000평)로 1993년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됐다. 수령 400년 이상인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나무마다 각각의 고유번호가 매겨져 있다.
비자림은 고려사에 등장한다. ‘고려 문종 7년(1053년) 탐라국 왕자가 비자나무와 열매 등을 특산품으로 바쳤다’는 기록을 근거로 ‘천년 숲’으로 불린다. 비자림은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에도 특별한 대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가 바둑판 등 고급 목재로 쓰이는 데다 열매는 구충과 소화 촉진 등에 이용되기 때문이다.
오정훈 제주도 관광정책과장은 “비자림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제주 비경”이라며 “앞으로 비자림을 연계한 다양한 관광코스를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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