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도심서 돈 뿌린 우울증 50대… 주워서 돌려준 시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30일 03시 00분


“야∼, 돈이다.”

29일 낮 12시경 경기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경기도청 앞 오거리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나타났다. 파란색 티셔츠와 흰색 바지를 입은 이 여성은 갑자기 가방에서 돈 뭉치를 꺼내 들었다. 이어 “돈이 필요하면 가져가라”며 5만 원권과 1만 원권 수십 장을 길거리에 뿌리기 시작했다. 이 여성은 또 지나던 시민을 붙잡고 “필요하면 맘대로 가져가라”며 돈을 쥐여 주기도 했다. 또 바닥에 현금을 깔아 놓고 사람들에게 돈을 가져가라고 권했다. 하지만 너무 황당한 탓인지 선뜻 돈을 가져가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아주머니 2, 3명은 바닥에 떨어진 돈을 다시 주워 이 여성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이렇게 황당한 해프닝은 10분간 이어지다가 근처 식당 주인의 신고로 마무리됐다. 이 여성은 출동한 경찰관과 함께 근처 수원서부경찰서 고등파출소에 동행해 약 30분간 조사를 받았지만 “저축해둔 돈을 은행에서 찾아 뿌렸다”는 말 외에는 알 수 없는 말만 횡설수설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여성의 남동생에게 확인한 결과 이 여성은 심한 우울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던 중이었으며 며칠 전 가출한 상태였다”며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가방 속에는 300만∼500만 원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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