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8일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기장 A 씨가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것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는 보험업계에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항공기 조종사들 역시 “(보험 가입에 관한 의혹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수봉 금감원 부원장보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실관계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의혹만 제기하는 것은 계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보험사의 의무에 어긋날 뿐 아니라 보험업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보험사에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A 씨가 6월 여러 보험사의 보장성보험에 가입한 게 특이하긴 하지만 소득이 많은 직종일수록 보장성보험 가입 건수가 많고 금액도 큰 경향이 있다”며 “무엇보다 가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만큼 무책임하게 말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A 씨가 여러 보험사에 중복으로 가입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통 보험사기 조사에 착수하려면 사고와 관련된 데이터 중 의심이 드는 항목에 점수를 매겨 50점이 넘으면 사기 혐의가 있다고 보지만 아직 이런 작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보는 “조사 주체는 국토해양부이며 금감원은 보험 가입 상황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 조종사들은 의혹 제기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조종사는 “B474 화물기의 맨 아래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곳은 통로가 없어 운항 중에 조종실에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상 발생 후 약 15분간 부기장이 교신한 내용을 봐도 사고 수습을 위한 정상적인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조종사도 “화재 보고를 하고 회항한 사실 등을 볼 때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주장은 절대 사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A 씨와 공군2사관학교를 함께 다닌 한 조종사는 “A 씨는 1일부터 사이판으로 가족과 휴가를 가기 위해 비행기표도 예매했었다. 일부러 사고를 낼 리 없다”고 말했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참혹했을 사고 순간을 다른 목적에 이용할 수 있는 조종사는 세계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무사 귀환을 위해 최후의 힘까지 쏟았을 두 사람을 더는 매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