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사태 메시지… 서초구 거짓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산사태 3일 뒤 연락처 몰래 바꾸고 “못받았다”

서울 서초구가 산림청에서 전송한 우면산 산사태 경고 문자메시지(SMS)를 엉뚱한 직원이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초구는 지난 5년 동안 산림청 데이터베이스에 메시지 수신 담당자를 업데이트하지 않았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달 30일 수신 담당자를 바꾼 뒤 이 사실까지 숨긴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산림청이 산사태 발생 15시간 전인 26일 오후 5시24분에 보낸 첫 문자를 받고 서초구가 초동 대응을 했더라면 주민 대피 등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여 책임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서초구에 따르면 산림청의 문자메시지는 2006년 공원녹지과에 근무하던 4명에게 네 차례 발송됐다. 이들 중 한 명은 퇴직했고, 다른 한 명은 휴직했으며, 나머지 2명은 현재 다른 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초구는 28일 이들이 문자를 받은 사실을 확인한 뒤 30일 오후 6시 슬그머니 현재 공원녹지과 담당자 5명을 산림청 데이터베이스에 수신자로 등록했다. 같은 날 ‘산림청 예보 문자메시지를 묵살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서초구는 보도자료를 통해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고 허위로 해명했다. 서초구의 한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처음에 너무 강하게 부정하는 바람에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담당자가 방법을 몰라 2006년 이후 한 번도 업데이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내린 폭우로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에 내린 폭우로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진익철 서초구청장도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진 구청장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산림청 예보 시스템에 등록된 구청 담당자가 5년 전 직원들이었다는 사실을 지난달 29일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거짓 해명한 이유에 대해선 “실무 담당자에게 물어보라”며 전화를 끊었다.

주민 3명이 사망한 방배동 래미안 방배아트힐아파트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할 때 서초구의 거짓 해명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하대생 등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춘천 마적산 산사태 발생 이전에도 산림청이 춘천시에 주의보와 경보를 3차례씩 보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사고 지점은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이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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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추천 많은 댓글

  • 2011-08-02 11:46:49

    서초구청장등 관련공무원들을 직무유기에의한 사망과 재산피해등을이유로 구속해야한다.거짓말까지해대며 국민들을 기만하다니 엄벌을받아 마땅하다.

  • 2011-08-02 11:25:05

    국민의 목숨을 문자 몇통에 의지해야한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국가운영이 이렇게 허술하게 되어야 되겠습니까. 이런 사안이라면 비상 연락망을 통해 적어도 서초구청장이나 서초구의 책임부서장에게 전화 통지가 되었어야 합니다. 인력상이나 시간상의 문제로 굳이 문자수신의 방법을 쓰려면 재난상황을 공지받았다는 수신확인을 보내달라는 내용이 첨부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수신확인이 빠른 시간안에 이루어 지지않은 경우 직접 전화통지를 하는 비상 매뉴얼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2011-08-02 10:04:27

    서초구청 나리들...은폐하고 숨긴다고 모든일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안되지요...그러니 공무원들 50% 이상 짤라내도 된다는거 아닌가요...구민들의 안위는 먼 뒷전으로 생각하고 자신들의 부귀와 영달만을 생각하는 공무원들 50% 이상 짤라내도 된다는 국민들의 여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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