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층 높이의 소규모 상가건물과 단층주택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골목길. 서울 광진구 중곡2동 용마초등학교 주변 풍경이다. 이 일대는 오래된 주택이 많지만 지하철 5호선 군자역 사거리와 5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도로 구획 정비도 완료돼 격자형 골목길이 규칙적으로 들어서 있다. 예전 기준으로는 재개발 대상에 포함되기 힘든 지역이지만 서울시가 2일 발표한 새로운 정비사업모델에 따르면 이 일대 오래된 주택도 새 단장이 가능해진다.
시는 도로와 공원 같은 도시 기반시설은 그대로 두고 노후한 주택을 묶어서 정비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을 내년부터 시범 실시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동안 주거정비사업은 집을 포함해 기반시설까지 함께 이뤄져 1만 m²(약 3025평) 이상 대규모 단위로 추진돼 왔다. 달동네처럼 도로 상태가 안 좋고 노후한 건축물이 밀집된 곳 위주로 사업지역을 선정한 것. 도심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뉴타운 사업이 기존 정비사업의 대표적인 예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중심의 획일적 개발이 이뤄졌고 일부 재개발지역 조합은 이해당사자끼리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면 철거 후 개발로 지역 특성이 사라지기도 했다.
시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규모 정비사업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1000∼5000m²(약 302∼1512평) 범위로 기존 개발 범위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시는 이를 통해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같은 저층 주거지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게 돼 다양한 주거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주민 재정착률 역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정비사업은 계획 수립부터 준공까지 평균 8년 6개월이 걸렸지만 시는 소규모 정비사업 소요 기간을 2, 3년으로 줄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공사비가 절감돼 주민 부담금 역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동주택 옥상공간에는 텃밭을 만들고 곳곳에 거주민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해 지역 공동체 특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정비되는 건축물은 7층 이하로 층수를 제한한다. 그 대신에 다른 정비사업 구역보다 용적률을 10% 높여 160∼220%로 책정했다. 사업대상 지역은 기존에 구획정리를 마친 곳으로 폭 6m 이상 도로와 접한 곳에 한해 지정하기로 했다. 시는 안정적 제도정착을 위해 이 지역 주택에 대해 취득세 면제와 한시적인 임대소득세 면제 같은 지원 방안을 중앙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다. 국민주택기금 융자도 현재 도시형생활주택에 지원하는 5000만 원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관계 부처에 요청하기로 했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도시형생활주택이 싱글족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것이라면 소규모 정비사업은 가족 전체를 위한 프로젝트”라며 “소규모 정비사업 대상 지역에 생계형 임대소득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1가구 다주택 분양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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