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오락가락 지하철 출구번호… “강남역 헷갈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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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서울시가 최근 9월 말 신분당선 개통으로 강남역의 출구번호를 변경했다. 서울시는 이
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신분당선 개통 전까지 다시 옛 번호를 쓰도록 했다. 3일 오후 서울 강남역 6번 출구 앞에는 9월 말부터 출구번호가 바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시가 최근 9월 말 신분당선 개통으로 강남역의 출구번호를 변경했다. 서울시는 이 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신분당선 개통 전까지 다시 옛 번호를 쓰도록 했다. 3일 오후 서울 강남역 6번 출구 앞에는 9월 말부터 출구번호가 바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출근길에 강남역을 찾는 직장인 박상현 씨(27)는 최근 역 지하상가에서 20분을 헤맨 적이 있다. 회사로 향하는 6번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왔지만 정반대인 양재동 방향이었던 것. 다시 역 내로 들어가 이 출구 저 출구를 헤매다 원래 6번 출구가 10번으로 바뀌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 씨는 “출구와 출구 사이의 거리가 멀어 미로 같은 지하상가를 헤매다 회사에 지각을 했다”고 말했다.

○ 오락가락 출구 번호


서울시가 출구 번호를 바꾼 것은 신분당선 개통 때문이었다. 9월 말 강남역을 지나는 신분당선 개통에 맞춰 양재역 방향으로 출구 4개가 새로 생겨 출구 번호를 조정하게 된 것이다. 시는 서울시설관리공단과 서울메트로와 함께 1번(시작점)과 2번을 제외하고 기존에 있던 출구를 합쳐 시계방향으로 새로 번호를 매기기로 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과거 4번 출구는 8번으로, 뉴욕제과가 있는 6번 출구는 10번으로, 마지막 출구번호인 ‘국기원’ 방향 8번 출구는 12번으로 4번씩 밀리는 것이었다.

문제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출구 번호가 변경된 사실을 시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달 13일 강남역 지하도상가가 새로 문을 여는 시점에 맞춰 출입구 번호를 바꾸면서 벌어졌다. 상가가 새롭게 단장돼 낯선 데다 상가 내 출구 벽 위에 바뀐 번호와 옛 번호를 동시에 적어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서울시청 게시판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을 중심으로 항의가 이어지자 시는 지난달 말 신분당선 개통 전까지 옛 번호를 쓰기로 했다. 새 번호를 사용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승객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하고 번호부터 바꾼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2호선 강남역의 하루 평균 이용 승객은 12만5810명으로 1∼4호선 역 중 가장 많다.

1일 오후 기자가 찾은 강남역 지하도상가 6번 출구에는 새로운 번호 표시판(10) 위에 옛 번호판(6)이 임시로 덮여 있었다. 시민을 의식한 듯 시는 출구마다 “9월 말 신분당선 개통에 따라 3∼8번 출입구 번호가 7∼12번으로 바뀐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 손발 안 맞는 행정

서울시는 잘못을 인정하지만 번호를 바꾸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신만철 서울시 도시철도팀장은 “지상에서 출구 방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재난 시 인명 구조를 쉽게 하기 위해 출구에 ‘방향성’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1999년 제정된 ‘출입구 번호 통합’ 기준에 근거해 지하철역에 새로운 노선이 들어서면 기존 출구를 포함해 일괄적으로 시계방향으로 번호를 매기고 있다. 올해 초 공항철도가 들어선 홍대입구역도 공항철도 출구 4곳이 생기면서 5번 출구가 9번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출구 번호 조정에 반발하고 있다. 대학생 김성훈 씨(19)는 “‘뉴욕제과 앞’ 6번 출구는 오랜 기간 만남의 장소로 활용돼 왔는데 다른 번호로 바꾸면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지하철 출입구 번호는 자주 그곳을 이용하는 시민에게는 친숙한 코드 같은 존재”라며 “출구 변경 사실과 이유, 방법을 3개월 전부터 알린 뒤 변경해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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