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 &피플]인하대 집 고치기 봉사 동아리 ‘트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과학봉사 학우 희생에 그만두라고들 하지만 도움을 기다리는데 약속 깰 수는 없어”

5월 29일 인하대 집 고치기 봉사 동아리 ‘트인’의 회장인 이종화 씨(왼쪽)와 부회장 김혜원 씨가 충남 태안군의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 도배해 주고 있다. 트인 제공
5월 29일 인하대 집 고치기 봉사 동아리 ‘트인’의 회장인 이종화 씨(왼쪽)와 부회장 김혜원 씨가 충남 태안군의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 도배해 주고 있다. 트인 제공
“‘고맙다는 말밖에 드릴 게 없다’며 미안해하셨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잊어지지 않아요.”

인하대 집 고치기 봉사 동아리인 ‘트인’ 회원들이 전국을 돌며 열악한 주거 환경에 있는 이웃을 위해 집 고치기, 벽화 그리기, 집 짓기 봉사활동을 펼쳐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트인 회원들은 지난달 27일 새벽 같은 대학 동아리인 아이디어뱅크 학생들의 강원 춘천시 펜션 산사태 참변이 일어난 와중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맡은 소임을 끝까지 마무리해 귀감이 됐다. 트인 소속 회원들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지난달 23∼31일 전북 순창을 시작으로 경남 합천과 경북 의성 안동, 충북 단양, 강원 인제 지역을 돌며 집 고치기 봉사를 하는 ‘한반도 집수리 로드’를 완수했다. 트인은 지난해 전국재해구호협회 제1호 대학동아리로 등록돼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원들은 “같은 대학 학생들이 희생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모를 비롯한 지인들로부터 ‘봉사활동 그만하고 집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들었다”며 “하지만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는 분들과의 약속을 깰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트인의 초대회장을 맡았던 강선주 씨(23·인하대 국어교육학과 4학년)는 “한반도 집수리 로드 일정 중 강원 인제군 인제읍 덕적리에서 만난 노부부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달 30, 31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덕적리에서도 한참을 산속으로 들어가 80대 노부부가 살고 있는 집을 수리해 줬다. 덕적리는 2006년에도 큰 홍수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노부부 집은 산속 깊은 곳에 있어 봉사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회원들은 빗물이 그대로 천장으로 스며드는 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학생들은 도배 풀 1조, 벽지 담당 2조, 천장 3조로 나눠 집수리에 들어갔다. 누전 가능성도 높아 배선 상태를 꼼꼼히 살핀 뒤 다시 시공했다. 8시간의 작업 끝에 집수리가 마무리되자 노부부는 눈시울을 붉혔다.

한반도 집수리 로드에 함께 참가한 전국재해구호협회 김삼열 과장은 “인하대 트인 학생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며 “이들을 통해 한국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강 씨를 비롯한 트인 회원들은 집을 고칠 때 모두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집중한다고 한다. 모든 일을 내 일처럼 하면 이웃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이 사회가 더 밝아질 것이라는 확신으로 봉사한다는 것.

인하대 트인은 열악한 주거환경 탓에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가정에 희망을 주고 일으켜 세우자는 뜻으로 2009년 8월 창단했다. 매월 1회 이상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집 고치기와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제대로 된 봉사를 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배선 공사를 직접 배울 정도로 열정이 높다. 트인은 8월 가장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지역을 찾아가 오랜 시간 머물며 봉사를 할 계획이다.

한반도 집수리 로드 기간에 찾은 충북 단양군에서는 “여러분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이 많다. 다시 한번 꼭 방문해 달라”고 요청을 해 단양군을 다시 방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트인을 이끌고 있는 회장 이종화 씨(25·인하대 기계공학과 4학년)는 “전국을 돌며 봉사를 하다 보니 도움을 기다리는 분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월 1회 봉사활동을 2회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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