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나우의 바리스타 전순옥 씨(63·왼쪽)가 손님들에게 커피 종류와 쿠키에 들어간 재료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카페에 들어서자 가수 송창식의 ‘고래사냥’ 노래 후렴이 흘러나왔다. 은은한 노란 빛깔 조명과 코끝을 자극하는 커피향은 이곳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10여 명의 어르신은 삼삼오오 앉아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카페 나우(Now)입니다.” 머리가 하얀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았다. 곧바로 얼음물 한 잔과 메뉴판을 쟁반에 올리고 자리를 안내한다. “무엇을 드릴까요. 20여 가지 커피와 음료가 있으니 천천히 고르세요.” 한 잔 가격은 3000원 안팎. 최무용 카페 주임(63)은 “커피는 물론이고 낭만과 추억을 파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카페 나우는 대구지하철 2호선 종점인 문양역 대합실에 있다. 카페 나우는 ‘인생은 지금부터’라는 뜻을 담았다. 바리스타로 일하는 직원 13명의 평균나이는 64세로, 모두 전문 강사로부터 두 달 동안 커피제조 기술을 익혔다. 이달 27일 개점 1주년을 맞는 어르신 바리스타들은 생크림과 초콜릿 시럽을 이용해 커피 위에 장식을 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주말이면 200여 명이 찾는다. 손님 이자경 씨(62·여·경산시 진량읍)는 “귀에 익은 음악과 복고풍 카페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든다”며 “커피 맛도 그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카페 나우 박기성 주임(69)은 “일이 있고 사람들 만나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모두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는 셈”이라고 좋아했다. 어르신 바리스타들은 2호점 개설도 준비 중이다.
이 카페의 사례처럼 노인 일자리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대구시니어클럽, 노인회 취업지원센터,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노인복지관 등에서 다양한 노인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고 있다. 노인들의 능력을 활용해 자립을 돕는 소규모 전문직종이 관심을 끈다. 대구시에 따르면 산모도우미, 아파트택배, 음식점 등 시장형(754명)과 떡방, 실버카페 등 창업형(78명), 지역 기업체와 일자리를 연계하는 인력파견형(476명) 분야가 활성화되어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실버강사, 숲 생태 해설사, 실버문화공연단 등 교육 복지 분야(3301명)가 눈에 띈다.
북구시니어클럽을 통해 등장한 ‘카페 나우’는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창업형 공모에 선정돼 월급 등을 지원받는다. 어르신들의 손맛을 볼 수 있는 국수를 메뉴로 음식점을 운영 중인 달서시니어클럽 ‘할매국시집’과 남구시니어클럽 ‘이천손국시’ 등은 단골손님이 꽤 생겼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성구의 두부·콩나물사업단 ‘두두’, 재활용품 수리판매점 ‘물물’, 동구의 취약계층 급식서비스업체 ‘은모닝 도시락’ 등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대구시 이영선 보건복지여성국장은 “민관과 협력해 많은 노인이 새로운 인생을 열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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