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희망이란 이름의 정치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0일 17시 00분




[권순택 논설위원]

한 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세 차례 부산에 집결했던 희망버스가 27일 서울에 집결할 모양입니다.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1월 6일부터 크레인을 점거해 농성 중인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을 지원하려고 기획된 행사입니다.

희망버스가 진짜 원하는 것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근로자가 없는 세상입니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해고되는 근로자와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민거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 지만 진보좌파 진영에서도 희망버스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진보 경제학자인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는 "희망버스는 정리해고 철폐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외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정리해고 철폐'라는 구호는 접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진보 논객인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김진숙 씨는 정리해고 철폐로 집약되는 노동권 보호를 주장하지만 이것이 과도하면 후세대 노동권과 힘없는 중소기업의 노동권이 크게 훼손된다"며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을 역설했습니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것은 희망버스를 타고 시위 현장에 달려가고 단식농성까지 하면서 판을 키운 야당 정치인들입니다.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법적 제도적 해법을 찾는 것이 정상적인 의회정치입니다.

오 죽하면 민주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집권세력을 만들겠다고 하는 정치인은 희망버스에 몸을 실으면 안 된다"고 비판했을까요.

안 지사가 "직업 정치인은 단위 사업장의 문제를 뛰어넘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입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한 말은 너무 당연한 겁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오늘 경영이 정상화되면 퇴직자들을 다시 데려오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희망퇴직자 자녀들에 대한 대학졸업 때까지의 학자금 전액 지원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야당은 이제 7개월 이상 크레인에서 시위 중인 김진숙 씨를 내려오게 해야 합니다.

크레인 시위는 목숨을 무기로 하는 불법행위입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정리해고도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될 수 없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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