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업체로부터 수억 원의 금품을 받고 공사편의를 봐준 한국전력공사(한전) 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기공사와 관련된 부조리를 감시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현장에 파견된 한전 직원들이 도리어 뒷돈을 챙긴 것.
서울 강서경찰서는 10일 공사 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원청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전기공사업체로부터 2억2500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한전 중부지점 소속 김모 감독관(49·4급)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전현직 한전 직원 4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뇌물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 한전 직원 7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해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한전 직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뇌물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감독관 노모 씨(56·4급)는 자신의 부인 명의로 서울 강남에 주류백화점을 차려놓고 전기공사 업체 관계자들을 수시로 불러 양주와 와인 등을 시가보다 무려 10배 이상 비싸게 파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런 방법으로 노 씨가 챙긴 돈은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관련 민원업무를 하는 남모 씨(52·4급)는 평소 알고 지내던 유흥주점 여사장의 돈을 시공사에 빌려주고 연 60%의 선이자를 받는 수법을 썼다. 또 수시로 이 유흥주점에서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접대를 받아 가게 매상을 올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로비를 부탁한 업체에 부인을 취업시켜 월급을 챙기기도 했다. 전직 감독관 김모 씨(44·3급)는 자신의 부인을 한 전기공사 업체에 2년 6개월간 취업시키고 월 200만 원씩 총 6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이 회사에 5000만 원의 지분 투자를 하고 배당금으로 65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4급 직원 김모 씨(51)는 회사나 수사기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해당업체 여직원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돈을 받았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 문화부, 기금 투자할 테니 뒷돈 다오 ▼
문화예술 및 관광 진흥을 위해 조성된 정부 기금이 부실한 개발사업에 투자돼 수백억 원의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등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기금운용 및 투자담당 전직 공무원들이 적발됐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부장 한상진)는 문화체육관광부 전 직원 전모 씨(37)와 문화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 소속 전 팀장 황모 씨(46) 등 2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문화부 전문계약직으로 근무하며 기금운용을 맡았던 전 씨는 2008년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도봉구 창동민자역사 및 광주 아파트 건립 등 2개 개발사업에 관광진흥개발기금 260억 원을 대출하고 그 대가로 2억 원을 받은 혐의다. 황 씨는 창동민자역사를 비롯해 경기 구리시 주상복합단지 등 4개 개발사업에 약 600억 원의 문화예술진흥기금을 투자하고 3억8000만 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기금 투자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펀드를 만들고 그 대가로 1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수재 등)로 모 투신사 전 과장 맹모 씨(37)를 구속 기소했다. 또 사업 시행사 및 대주주로부터 57억 원을 받아 챙기고 전 씨 등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 등)로 조모 씨(48) 등 금융브로커 3명도 함께 구속 기소했다. 이와 함께 대출받은 기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창동역사㈜ 김모 본부장(46)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전 주주 안모 씨(57)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12명을 적발했다.
검찰 조사 결과 황 씨는 2008년 11월 “한몫 챙겼다”며 공직을 떠났고 전 씨는 기금 운용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된 지난해 4월 사직했다. 그러나 이들을 통해 투자된 기금 860억 원 가운데 700억 원가량은 담보확보 등의 조치가 부실해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업성 기금이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소문의 실체가 사실로 확인됐다”며 “개별 기금 차원의 여유자금 운용보다는 기획재정부 관련 위원회의 ‘연기금 투자풀’에 자금을 맡겨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운용되게 내부 지침을 개정하도록 건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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