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무산땐 급식비 안낸다”… 완전 무상은 2014년 돼야
“투표하면 매년 3조원 절약”… 실제 예산 절감은 695억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일주일 앞둔 17일 서울시내 곳곳엔 사실과 다른 내용의 문구가 적힌현수막들이 내걸려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 ‘매년 3조 원 절약’이라고 쓰인 현수막(위)과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에 ‘편가르는 나쁜 투표 거부하자’는 현수막(아래)이 걸렸다. 송은석 인턴기자 연세대 신학과 4학년
‘투표하시면 매년 3조 원이 절약됩니다.’(주민투표 참가 운동본부의 현수막)
‘주민투표 무산되면 급식비 안 냅니다.’(나쁜 투표 거부 운동본부의 현수막)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서울 도심을 메우고 있는 홍보성 현수막의 문구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제재할 규정이 없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유권자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서울 시내엔 30여 종류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서울 무상급식에 3조 원 들까
주민투표 자체를 반대하는 측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투표참가 운동본부가 만든 ‘투표하면 매년 3조 원이 절약된다’는 현수막이다. 서울지역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을 하면 4000억 원이 든다. 또 서울시가 주장하는 단계적 무상급식을 채택하더라도 매년 3000억 원은 필요하다. 둘의 차이는 단 1000억 원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분담액을 고려하면 서울시가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예산의 차이는 연간 695억 원에 불과하다. 단 전국 초중고교 학생 723만여 명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면 ‘총비용’이 3조 원이 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의 무상급식을 위한 ‘추가 비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에 대해 투표참가 운동본부 김정수 사무총장은 “서울에서 전면 무상급식이 채택되면 그 영향이 전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서울시당이 만든 ‘Yes 단계적 무상급식+방과 후 무료학습’ 현수막도 혼란을 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내용만 보면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방과 후 무료학습이 실현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전면적으로 시행할 때 들어갈 예산을 저소득층의 방과 후 무료 학습 등에 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나 시교육청은 아직 방과 후 무료 학습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책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황이다.
○ 주민투표 무산되면 급식비 당장 안 낼까
나쁜 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와 민주당 등이 만든 ‘주민투표 무산되면 급식비 안 낸다’는 현수막 내용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전면적 무상급식안이 채택되면 시의회가 지난해 말 통과시킨 조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조례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초등학교 전학년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중학교는 내년에 적용된다. 하지만 서울시가 조례안에 반대하며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있다. 설사 조례 내용대로 추진되더라도 예산을 분담해야 하는 시교육청과의 조율도 필요하다. 시교육청은 올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에 이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중학교 한 개 학년씩 급식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당장 급식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또 정책에 대한 민의를 묻는 주민투표에 아예 불참하라고 독려하는 문구만 내건 것도 논란거리다. 투표 자체를 거부하자는 것보다는 전면적 무상급식의 당위성을 알리는 게 더 타당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주민투표법은 누구나 찬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현수막을 단속할 규정도 없다”며 “주장하는 바를 강조하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단속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허위 현수막이 많은데도 규정이 없어 단속하지 못한다면 무책임한 구호가 남발돼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장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최소한 허위 내용을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장치는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