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가리왕산 스키장, 환경평가 안봐준다”… 깐깐한 환경부, 속타는 강원도

환경부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 활강 경기장 건설 예정지인 가리왕산 일대에 대해 ‘사전 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를 원칙대로 엄격히 실시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이 일대는 보존이 필요한 원시림과 동식물이 많아 평가 결과에 따라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활강 경기장이 건립될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중봉지구는 법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국가보호림인 데다 각종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어 논의 끝에 환경영향평가 등을 엄격하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전 환경성 검토는 개발 전 해당 지역의 생태환경을 조사해 개발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절차다. 사전 환경성 검토에서 개발 승인이 떨어지면 사업 추진과정에서 2차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환경부가 엄격한 환경조사를 예고한 이유는 가리왕산이 올림픽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개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가리왕산 일대 2400여 ha(약 726만 평)는 각종 동식물의 종(種) 보존을 위해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동물도 서식한다.

문제는 이곳 말고는 국제스키연맹(FIS) 권장 표고(標高)차를 충족시킬 만한 경기장 용지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7일 평창 올림픽 개최지 결정 이후 특별법을 통해서라도 가리왕산에 경기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한나라당 권성동(강원 강릉) 윤석용 의원(서울 강동을)은 최근 평가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올림픽지원특별법안(가칭)을 발의했다. 환경부 김필홍 국토환경평가과장은 “2012 여수세계박람회 지원특별법에도 간소화하는 조항이 있었지만 환경부의 반대로 삭제됐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결정에는 환경 파괴 사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7년 무주·전주 겨울유니버시아드대회 때 특별법을 만들어 스키장 건설 지역의 나무들을 다른 곳으로 이식했지만 상당수는 말라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는 “답답하다”는 태도다. 강원도 한만수 동계올림픽지원단장은 “환경부가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 아니겠느냐”며 “환경영향평가 등을 생략하는 것은 과거 각종 국제대회 때도 적용된 것으로 평창만의 특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리왕산 내 활강 경기장 예정지 환경영향조사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할지에 대한 결정은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이뤄진다. 이달 내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평창 특별법을 논의한 후 부처별 의견을 수렴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게 된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안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사전 환경성 검토나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하는 원안의 조항이 빠진다면 원칙대로 엄격한 환경검토와 조사가 이뤄진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