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견 원장(왼쪽 사진 가운데)과 오희종 원장이 환자 진료에 앞서 상태를 문진하고 있다. 이때 환자에게 여러 치료 방안을 반드시 알려주는 게 JCI 인증의 기본사항이다.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지산동 안견안과. 입구에는 국제의료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았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 병원 권창모 사무장에게 JCI 인증을 받은 비결을 물었더니 녹색 비상탈출 표시를 손으로 가리켰다. 방향 구분 없이 아무렇게나 붙어 있던 탈출 표시를 탈출 방향에 맞게 고친 것. 그는 “정말 작은 일이지만 이렇게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 기본이 곧 글로벌 기준
최근 대구에서 처음으로 JCI 인증을 받은 오희종신경과와 안견안과 등 2곳은 인증 비결에 대해 “첨단기기나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환자 안전을 중시한 것이 기본이자 전부”라고 입을 모았다.
개선된 기준은 얼핏 보기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간단해 보였다. 안견안과는 의료장비 살균장치가 잘 작동되는지 일주일마다 세균 배양 검사를 한다. 지금까지는 장치만 믿고 제대로 검사를 하지 않았다. 환자 문진 때는 수술 부작용 등에 대해 꼼꼼히 묻는다. 예전에는 관행으로 대충 넘어갔던 행위들이다.
오희종신경과는 대기실 내부 홍보 입간판을 모두 없앴다. 또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사물함에는 모두 잠금장치를 설치했다. 대기실 게시판에는 ‘환자 권리와 의무’ 내용을 게시했다. 모두 JCI 인증 기준에 들어가는 것이다. 오희종 원장은 “국제인증이라고 하면 모두들 거대한 설비나 우수 의료진, 대규모 건물 등을 생각하지만 사실은 환자를 내 몸처럼 생각하는 작은 정성과 관심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사안이자 국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 대구의 모델 메디시티
이번 JCI 인증은 민·관 합작품이다. 수성구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인증을 준비하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인증 준비와 JCI 접촉을 맡았다. 또 전담 부서(의료관광팀)를 만들어 자료 제공과 자문 역할을 했다. 수성구는 이번 인증을 계기로 구내에 JCI 인증 병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수년 동안 대구시는 메디시티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의료 인프라 최고를 외쳤지만 정작 JCI 인증 병원은 한 곳도 없었다. 외국 환자들이 한국 병원을 찾을 때 잣대가 되는 것이 바로 JCI 인증이어서 이번 사례는 대구의 의료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견 원장은 “의료 부분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은 의료뿐만 아니라 통원, 병원 이용 등 소홀하기 쉬운 문제들에도 배려를 받아야 한다”며 “이번 인증을 계기로 국제 기준의료체계를 터득한 것이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국내외 환자들이 안전하고 수준 높은 진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의료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미국 시카고에 본부가 있으며 국제사회 의료질 향상과 환자안전 개선을 위해 1994년부터 전 세계 병원을 대상으로 국제의료기관 인증을 하고 있음. 2005년 세계보건기구 (WHO)로부터 환자안전솔루션 협력기관으로 공식 지정됐으며 현재 48개국 420여 개 의료기관이 인증을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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