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에 강원랜드에서 상습 도박을 하다가 적발된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간부가 최근 감사원 측에 “모친과 아내의 병원비 마련 때문에 카지노 도박을 시작했다”고 소명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공정위 고위직인 A 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원랜드 카지노를 180번이나 드나들다가 올해 1월 감사원에 적발됐다. A 씨는 지난해 4월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때 보유재산 총액으로 ‘―1억여 원’(빚이 1억여 원이라는 의미)을 신고했는데도 거액의 도박을 해 도박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A 씨는 최근 감사원이 소명을 요구한 자리에서 “나는 도박 중독이 아니다. (아내와 모친의 병원비 마련 때문에) 빚이 늘어나고 생활비에 쪼들려 카지노에 갔다. 공직자 월급은 한정돼 있고 뇌물도 받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도박을)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아내는 (카지노 출입 때문에) 내가 보직 해임된 사실을 모른다. 공직을 그만두면 더 좋은 곳에 갈 거라며 좋아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의 아내는 1995년부터 암 투병을 해왔고 이로 인해 빚에 허덕여온 사실이 A 씨의 주변 인사들을 통해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A 씨의 해명에는 절박함이 느껴졌지만 이와 별개로 그가 근무시간에 카지노에 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객관적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25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A 씨를 비롯해 상습도박 사실이 적발된 공직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감사 결과 A 씨는 파견근무를 나간 대한상공회의소의 법인카드로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66차례에 걸쳐 카드깡을 해 8500만 원의 도박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돈은 모두 카지노에서 도박하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상의는 “A 씨가 법인카드로 쓴 돈을 나중에 회계팀 계좌에 입금해 피해 금액은 없다”고 해명했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언론에 뭐라 해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공정위 관계자는 “A 씨는 공정위에서 국가경쟁력강화위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던 중 도박에 빠져 들었고 감사원의 적발 직후 보직해임 조치됐다”며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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