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병원비 마련하려 카지노 단골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9일 03시 00분


근무시간 도박 공정위 간부… 4년간 180번 출입 적발되자 “아내 투병” 소명 놓고 논란

근무시간에 강원랜드에서 상습 도박을 하다가 적발된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간부가 최근 감사원 측에 “모친과 아내의 병원비 마련 때문에 카지노 도박을 시작했다”고 소명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공정위 고위직인 A 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원랜드 카지노를 180번이나 드나들다가 올해 1월 감사원에 적발됐다. A 씨는 지난해 4월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때 보유재산 총액으로 ‘―1억여 원’(빚이 1억여 원이라는 의미)을 신고했는데도 거액의 도박을 해 도박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A 씨는 최근 감사원이 소명을 요구한 자리에서 “나는 도박 중독이 아니다. (아내와 모친의 병원비 마련 때문에) 빚이 늘어나고 생활비에 쪼들려 카지노에 갔다. 공직자 월급은 한정돼 있고 뇌물도 받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도박을)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아내는 (카지노 출입 때문에) 내가 보직 해임된 사실을 모른다. 공직을 그만두면 더 좋은 곳에 갈 거라며 좋아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의 아내는 1995년부터 암 투병을 해왔고 이로 인해 빚에 허덕여온 사실이 A 씨의 주변 인사들을 통해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A 씨의 해명에는 절박함이 느껴졌지만 이와 별개로 그가 근무시간에 카지노에 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객관적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25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A 씨를 비롯해 상습도박 사실이 적발된 공직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감사 결과 A 씨는 파견근무를 나간 대한상공회의소의 법인카드로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66차례에 걸쳐 카드깡을 해 8500만 원의 도박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돈은 모두 카지노에서 도박하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상의는 “A 씨가 법인카드로 쓴 돈을 나중에 회계팀 계좌에 입금해 피해 금액은 없다”고 해명했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언론에 뭐라 해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공정위 관계자는 “A 씨는 공정위에서 국가경쟁력강화위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던 중 도박에 빠져 들었고 감사원의 적발 직후 보직해임 조치됐다”며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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