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시험운행에는 경기도와 경기개발연구원, 버스회사, 자동차 제조사, 취재진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현재 경남 창원시의 한 관광회사가 운행하는 2층 버스가 시험운행에 투입됐다. 독일과 중국 합작업체인 진화네오플란사가 만든 버스로 1층 16개, 2층 49개 등 좌석이 총 65개다. 수원 경희대 앞∼서울 강남역, 수원역∼사당역, 고양 대화역∼서울역 등 3개 노선 가운데 5100번 광역버스가 다니는 수원 경희대 앞∼서울 강남역 구간을 달려봤다.
○ 고속도로 승차감은 ‘양호’
오전 9시 30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경희대 국제캠퍼스 맞은편에서 버스에 올랐다. 옆을 지나는 일반 버스의 내부가 훤히 내려다보일 정도로 차체가 높았다. 바깥을 보면 시원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러나 버스가 수원시내 지하철 공사현장을 지날 때에는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약간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바깥쪽 차로를 이용할 때에는 가로수가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스치기도 했다.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에 진입했다. 시속 80∼90km를 유지하며 막힘없이 서울로 달렸다. 시내 도로에 비해 흔들림이 적어 승차감은 양호한 편이었다. 출퇴근 때 ‘콩나물 버스’ 불편과 비교하면 견딜 만하다는 것이 대부분 참여자의 평가였다.
1시간 정도 달린 버스는 강남역에 도착했다. 행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버스를 바라봤다. 한 행인은 “언제부터 다니냐”고 묻기도 했다. 성남시 분당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박현미 씨(32·여)는 “아침마다 짐짝 버스를 타야 하는 고통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를 것”이라며 “매번 앉아서 갈 수 있다면 요금을 얼마든지 더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예상 요금은 기존 광역버스(1800원)보다 600원 많은 2400원이다. 고속도로 운행에 따른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 김채만 경기개발연구원 교통정책연구위원은 “입석 승객을 가득 태운 채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에 비하면 2층 버스는 안전한 편”이라고 말했다.
○ 도입 전망은 엇갈려
탑승자들은 승차감 및 안전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일반 버스보다 차량 가격이 비싼 2층 버스를 도입하는 것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반 버스는 한 대 가격이 최고 1억6000만 원이지만 2층 버스는 최소 7억 원을 넘는다. 지난 1년간 2층 버스를 직접 운전한 김병관 ㈜한신고속관광 실장은 “버스 윗부분에 가로수 가지가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어 시골의 좁은 도로는 다니지 않는다”며 “수원∼강남 노선처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명원 용남고속 상무이사는 “현재 광역버스는 출퇴근 시간에 집중적으로 운행하고 낮에는 배차간격을 늘린다”며 “낮에는 버스 한 대당 이용객이 20명이 채 안되는데 채산성이 맞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윤 현대자동차 상용기획팀 차장도 “2층 버스 생산설비를 갖추려면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고 인력도 새로 충원해야 한다”며 “매년 일정한 수요가 보장되지 않는 한 (자체 생산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이날 시험운행 결과와 추가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2층 버스 도입 방안을 마련한 뒤 국토해양부 서울시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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