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주식시장 폭락을 야기한 ‘11·11 옵션만기일 쇼크’ 사건을 일으켜 수백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도이치은행그룹 국내외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이석환)는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는 ‘풋옵션’을 사전에 매수한 뒤 주가지수를 급락시켜 448억 원의 이익을 얻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지수차익거래 담당 상무 D 씨(영국인) 등 외국인 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시세조종에 가담한 한국도이치증권 박모 상무와 한국도이치증권 법인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 11일 옵션만기일 장 마감 전 코스피200 풋옵션 16억 원 상당을 매수한 뒤 보유한 주식을 대량 매도해 주가지수를 급락시키는 수법으로 448억 원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이들은 주가 하락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동시호가 시간에 직전가 대비 4.5∼10% 낮은 가격으로 7차례에 걸쳐 2조4000억 원 상당 물량의 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코스피200은 장 마감 10분 전 7.11포인트(2.7%)나 하락했다. 이는 다른 옵션만기일의 평균 등락폭(0.06%)의 46.5배에 이르는 수치다.
검찰은 이들이 도이치은행 홍콩 지수차익팀의 연말 목표 성과 달성을 위해 현금 확보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범행 4, 5일 전부터 매도할 주식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금융기관에 빌려줬던 주식을 돌려받고 대량 매도에 따른 주문 시스템 오작동에 대비한 사전 테스트도 거쳤다. 박 씨는 은행 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개인 스마트폰을 이용해 홍콩지점 직원과 거래에 관한 연락을 하고 D 씨의 지시로 이 같은 메시지를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들이 얻은 부당이득액 448억 원에 대해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해 법원 결정에 따라 최근 이 금액을 모두 압수했다.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임원들은 여러 차례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아 증거 자료만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재판에도 나오지 않으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홍콩 당국에 범죄인인도청구를 하고 인터폴 수배도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도이치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도이치증권이 규정 위반을 승인하거나 묵인한 사실이 없다”며 “법정에서 혐의를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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