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여고생 이진영, 치과의사 이현헌 씨를 만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3일 03시 00분


“치과의사는 아티스트, 치료받는 환자 통해 행복 느껴요”

《치과의사는 □다. 경남 하동여고 2학년 이진영 양(17)에게 치과의사는 ‘구원자’다. 이 양은 앞니 없이 7년을 생활했다. 초등 4학년 때 그네를 타면서 멀리뛰기를 하다가 바닥에 얼굴을 부닥쳐 앞니 두 개가 부러졌다. 하지만 치과에 가기 두려워 치료를 받지 못한 이 양. 그에게 치과의사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해결해줄 구원자이자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전문직이라는 점에서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 양은 최근 하동에서 버스로 6시간을 달려와 치과의사 이현헌 씨(32)를 만났다. 이 씨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소아전문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이 양이 첫 질문을 던졌다. “치과의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뭔가요?”》
○하루 18시간 공부… 10년 준비 끝에 이룬 치과전문의 꿈


경남 하동여고 2학년 이진영 양(왼쪽)은 최근 소아치과 전문의 이현헌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인터뷰를 마치고 카메라 앞에서 해맑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이 양은 최근 어릴 적 부러졌던 앞니 두 개의 임플란트 시술을 시작했다. 사진은 임플란트 치료가 끝난 모습으로 연출했다.
경남 하동여고 2학년 이진영 양(왼쪽)은 최근 소아치과 전문의 이현헌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인터뷰를 마치고 카메라 앞에서 해맑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이 양은 최근 어릴 적 부러졌던 앞니 두 개의 임플란트 시술을 시작했다. 사진은 임플란트 치료가 끝난 모습으로 연출했다.
“예술가요. 과거에는 치아치료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치아교정과 미백 같은 심미적 치료에 대한 수요가 늘었어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라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환자의 마음을 읽고 전체적인 진료를 잘 기획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해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초고득점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는 치과대학. 이 씨는 성적 최상위권 ‘엄친아’였을까? 대입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다. 역대 수능 중에서도 어렵기로 손꼽히는 1997년 수리영역에서 단 한 문제만 틀렸다. 여러 대학에 합격했지만, 그가 최종으로 선택한 곳은 서울대 치대였다. 지능지수(IQ)는 평균 수준이라며 웃는 이 씨는 지독한 노력파였다. 경기 신한고 재학 중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다. 매일 오전 7시까지 학교에 가서 오후 10시에 자율학습을 마칠 때까지 뚝심 있게 자리를 지키며 공부했다. 그의 하루는 사설 독서실에서 밤 12시를 넘은 시간까지 공부한 뒤에야 마무리됐다.

“집중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공부방법을 고심하다 책상 위에 세 과목 책을 동시에 펴놓기 시작했죠. 집중력이 떨어지면 과목을 바꿔가며 공부를 했어요.”

치과의사가 되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예과 2년, 본과 4년, 총 6년을 공부하고 의사국가고시를 통과했다. 끝이 아니었다.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의 전공의 과정을 밟았다. 공중보건의로 군복무를 마친 그는 1년간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다 최근 소아 전문 치과병원 원장으로 일을 시작했다.

공부할 내용과 시험이 많기로 유명한 의·치학계열, 중간에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까?

“공부량이 적지는 않지만 못할 정도는 아니에요. ‘인간복사기’라고 불리며 책을 달달 외워버리는 특출한 친구도 있지만 마음먹고 공부하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죠. 사실 전 1, 2학년 때 학과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들어가 클라리넷에 푹 빠지는 바람에 공부는 뒷전이었어요. 예과 때 학점은 좋지 않았지만 이후엔 열심히 공부했죠.”

○치과의사는 편하다? 학회, 세미나… 공부하는 직업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치대에 진학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치대에 가지 않아도 길은 있다. ‘치의학교육입문검사(DEET)’를 보고 치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갈 수 있다. 전문대학원 4년 과정을 마치고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치과의사가 될 수 있다.

치과의사가 하는 일은 전공분야마다 조금씩 다르다. 세부전공으로 교정과, 소아치과, 보철과, 구강외과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씨가 전공한 소아치과는 중학생 이하 아이들을 위한 충치치료부터 치아교정까지 모든 시술을 한다. 치과의사는 이른바 ‘사람을 살리는’ 의사의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환자를 치료하며 보람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다. 이 씨는 그에게 진료를 받는 아이들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충치가 심해 음식을 잘 못 먹어 야위었던 남자 어린이를 치료한 적이 있어요. 치료를 받은 뒤 살이 통통하게 올랐더라고요. 비뚤어진 치아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교정치료를 받고 자신감이 생긴 여학생도 기억에 남아요.”

치과의사가 여유로운 직업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씨는 요즘도 새로운 진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공부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소아치과학회와 세미나에 참석하고 동료와 스터디를 한다. 학술지와 각종 자료를 찾아보는 건 기본. 치과의사도 전공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이 된 까닭이다. 네트워크 세상이 되면서 실력이 있다고 알려진 병원에 환자가 몰린다. “치아치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새로운 치료법이 계속 개발되고 있어 치과의사의 전망은 밝아요. 미래에는 꿈의 치료로 불리는 ‘치아의 씨’를 심는 유전자 치료도 개발될 거예요.”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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