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광진구 강변테크노마트에서 발생한 진동 현상은 2년 전 캐나다 토론토의 38층짜리 철골구조 건물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캐나다 컨설팅회사의 정밀조사 결과 이 빌딩은 해결책을 찾았다. 따라서 테크노마트도 이 해법을 도입하면 이상 진동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토론토 시내 ‘금융거리’에 있는 38층짜리 빌딩 ‘블랙타워’는 36∼38층 피트니스센터에서 발생한 2.6Hz(1초에 2.6번)의 진동에 30층 사무실이 흔들렸다. 직원들이 심하게 불편함을 느낀 이후 정밀 조사가 진행됐으며 그 해결 방법으로 건물의 ‘공진 현상(바깥에서 발생한 진동수가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맞아떨어지면서 진동량이 커지는 것)’을 제거할 수 있는 ‘동조질량감쇄기(TMD)’ 설치를 검토 중이다. TMD는 건물에 진동에너지가 누적돼 공진을 일으키기 전에 진동을 흡수하거나 상쇄시킨다.
캐나다 소음·진동 컨설팅회사 ‘에어로쿠스틱스(Aercoustics) 엔지니어링’의 조지현 박사는 이달 여러 차례 이뤄진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39층짜리 테크노마트 건물이 2.7Hz에서 공진했다는 소식을 듣고 캐나다의 사례(38층, 2.6Hz)와 매우 비슷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2년 동안 연구한 내용이 한국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 박사는 현재 캐나다 블랙타워의 공진을 제거하는 사업의 책임자다. 테크노마트의 진동 원인 분석 총책임자인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도 “TMD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박사팀은 30층의 바닥과 천장에 진동 계측기를 설치해 피트니스센터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간대인 낮 12시∼오후 1시와 오후 4∼7시에 2.6Hz의 심한 진동을 관측했다. 피트니스센터가 진동의 발원지라는 19일 대한건축학회의 설명을 확인한 것.
이어 조 박사팀은 주요 기둥에 진동 계측기를 부착해 진동의 전파 경로를 찾았다. 그 결과 36층 피트니스센터와 연결된 서쪽 벽의 기둥 4개가 진동에너지를 전달하는 통로임을 알게 됐다. 조 박사는 “여러 방안을 고려해봤을 때 건물과 똑같은 주파수의 진동을 내는 TMD를 기둥에 연결하는 방법이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해 건물주에게 제안한 상태”라고 밝혔다.
TMD는 주파수와 진폭은 동일하지만 위상이 반대인 진동을 일으켜 건물 진동을 상쇄시킨다. 다만 비용이 걸림돌이다. 조 박사는 “TMD를 제작해 설치하는 데만 약 2억5000만 원이 들어가며 TMD와 그 주변은 임대를 줄 수 없어 건물주 입장에선 수익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테크노마트 건물관리를 전담하는 프라임산업 박흥수 대표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무동 12층에 위치한 피트니스센터 운영업체를 아예 퇴거 또는 이전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2500여 명의 회원 처리 문제가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 피트니스센터의 임대료는 1억 원이 채 안 된다. 회원들은 월 10만 원 정도를 내고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동조질량감쇄기(TMD·Tuned Mass Damper) ::
건물이나 다리 같은 구조물이 지진이나 바람의 영향을 받아 흔들릴 때 흔들림을 줄여주는 장치. 구조물 윗부분에 무거운 추를 매달아 자연적으로 진동을 흡수하는 방식과 인공적으로 ‘반대 진동’을 만들어 진동을 상쇄하는 방식이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칼리파나 대만 101빌딩의 경우 추 방식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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