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이 사채 끌어 상장… 투자금 56억 ‘꿀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3일 03시 00분


9개월만에 상장폐지
개미투자자들 큰 피해

“이제 1000원으로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국내 1호 자기관리리츠(REITs)’를 조성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며 주목을 받은 D사 대표 이모 씨(52)는 지난해 한 경제전문 주간지에 다섯 차례 기고문을 냈다. 자산운용 전문인력을 상근 임직원으로 두고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 자금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를 소개하는 글이었다.

이 씨는 “다행스럽게도 공모 리츠는 반드시 모든 경영사항을 공시 또는 공개하고 사업 결과를 정기적으로 정부에 보고해 일반투자자를 보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가 운영한 D사는 날림 상장과 경영진의 횡령으로 속은 텅 빈 깡통회사였다. D사는 상장된 지 9개월 만에 국내 기업으로는 최단 기간에 상장폐지돼 개미투자자들을 울렸다. 거래정지 하루 전까지도 필리핀 카지노 호텔 사업에 17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해 한 투자자는 10억 원을 날리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22일 단기사채를 끌어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킨 다음 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D사 창업자 이 씨와 임원 조모 씨(48) 등 회사 관계자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증시 상장에 필요한 최저자본금 70억 원을 구하지 못하자 익산 역전파 조직원 출신으로 다단계 사업을 하던 조 씨를 영입했다. 조 씨는 단기사채로 234억 원을 빌려 장부상으로는 돈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입금을 한 뒤 곧바로 빼내는 속칭 ‘찍기’ 수법을 사용했다.

2010년 9월 드디어 상장에 성공하자 이 씨 등은 ‘자기 배 불리기’에 나섰다. 이들은 부동산에 투자한 110억 원 가운데 56억 원을 차용금 형식으로 돌려받아 아파트를 샀다. 롤렉스 등 2억 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사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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